“능력 있는 교사가 많은 과목을 지도해야 하고, 업무도 늘어날텐데….” “학생 선택권 확대는 좋지만 교사 행정업무 경감 방안도 마련해야….”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교사의 고민이다. 학생 선택권을 넓혀서 자발성을 강화하고 교육의 질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감 한편에는 걱정이 자리한다. 단순히 일이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아니다. 과도한 서류 업무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은 수차례 겪어 온 학교 현장이다. 과정 중심 평가를 위한 기준 마련보다 방대한 자료를 어떻게 정리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현실적인 고민이 앞선다. 기초적인 고민부터 해결되지 않는데 가장 민감한 대입 문제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
고교학점제뿐만이 아니다. 학교폭력 책임 교사는 경미한 학교폭력은 자치위원회 없이 자체 종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년 동안 작성한 엄청난 두께의 학교폭력 서류철을 보여 주면서다.
디지털 콘텐츠 활용도 교사에게는 부담이다. 학생 태블릿에 일일이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를 설치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 실감형 교육 자료가 넘쳐난들 다른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교육에서 답을 찾는다. 이 문제도 해법을 엿볼 수 있다. 미국, 유럽은 클라우드 활용을 넘어 학교 운영 솔루션을 논의한다. 세계 최대 교육박람회인 영국 BETT쇼에서도 교육운영시스템(LMS) 같은 학교 운영 혁신 솔루션이 최대 관심사였다. 학교 행정 등에 정보기술(IT)을 결합, 서류 부담을 줄인다. 교사가 온전히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맞춤형 분석 시스템으로 학생 개개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이에 기반을 둔 눈높이 교육을 실현한다.
정부는 인구 감소 시대에 고교학점제 같은 교육 혁신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한다. 제도 혁신에 관심이 높지만 이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IT 기반 마련에는 관심이 낮다. 기본부터 혁신해야 고교학점제 같은 제도 혁신, 더 넘어 교육 혁신도 성공할 수 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