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억원 상당의 암호화폐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나 홀로 인출 비밀번호를 보관해 온 거래소 대표가 돌연 사망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캐나다 암호화폐거래소 쿼드리가CX의 제럴드 코튼 창업자가 인도 여행 중 지병으로 갑작스레 사망했다.
해당 거래소 직원들은 발칵 뒤집혔다. 단순히 대표 사망 때문만이 아니었다. 1600억원 상당 고객 자산이 보관된 콜드 월렛의 인출 비밀번호가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평소 보안의식이 강했던 코튼 창업자는 콜드 월렛의 프라이빗 키를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고 혼자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콜드 월렛이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암호화폐 자산 보관소를 말한다. 오프라인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해커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실제 대부분 대형 암호화폐거래소가 고객 자산을 콜드 월렛에 보관하고 있다.
직원들은 코튼 창업자의 자택을 수색하고 개인 PC, 스마트폰을 해킹하는 등 프라이빗 키 흔적 찾기에 나섰다. 결과는 실패였다. 해당 사건은 거래소 이용자들이 현지 법원에 인출 지연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법원은 명확한 공지 없이 자산 입출금 서비스를 지연했다는 판결과 함께 이용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거래소 측은 도산을 막기 위해 채권자 보호를 신청했다. 콜드 월렛에 묶여있는 자산은 결국 법원에 의해 동결되며 소송은 일단락됐다. 법원은 현재 프라이빗 키를 되찾을 수 있는 기한으로 30일을 제안했으며, 법률 대리인에 코튼 창업자의 노트북을 양도한 상태다. 이때까지 자산을 되찾지 못한다면 쿼드리가CX는 매각 절차에 돌입하게 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는 약 11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쿼드리가CX 프라이빗 키 분실 이슈는 지난 설 연휴 세계 암호화폐 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구글은 물론 중국의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서 인기 검색어 26위를 기록했다.
'프라이빗 키가 분실된 암호화폐는 정말 영원히 찾을 수 없는 것인가' '블록체인의 탈 중앙화 의미가 퇴색됐다' '내가 이용하는 거래소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등의 반응이 SNS를 뜨겁게 달궜다.
일각에서는 지난 9일 새벽 비트코인 가격이 200달러 이상 급등한 이유로 쿼드리가CX 콜드 월렛 자산 분실을 꼽기도 했다. 프라이빗 키 분실로 상당 규모 비트코인이 영원히 사라지면서 절대적인 공급량이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이유다. 비트코인은 설계 당시 총 발행량이 2100만개가 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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