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 칼럼]일자리도 중요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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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이라고만 말하지 말고 아세안 국가를 가 보면 해피 조선을 느낄 것이다.” “50, 60대는 할 일이 없다고 산에 가거나 SNS에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라.” 청와대도 '일자리 만들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경제보좌관 입에서 나온 말이 이 정도라면. 서둘러 사표를 수리했다지만 그랬다고 마무리되지 않는다. 일자리 만들기는 세계 각국 지도자를 옥죄는 혹독한 숙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자리 만들기'라는 측면에서 우리보다는 낫다. '얄미운' 아베 신조는 집권 6년 만에 251만개 일자리를 만들었다. '무식한' 트럼프는 1년 7개월 만에 390만개 일자리를 늘렸다. 반면 '사람중심 경제 핵심에 일자리가 있다'며 설치했던 우리나라 대통령 집무실 일자리 상황판은 어떨까.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2682만명으로 전년 대비 9만7000명 늘었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 수 목표는 32만명이었다. 실업자는 107만명으로 2000년 이래 가장 높다. 고용률도 전년 대비 ­0.1% 줄었다. 이마저도 정부가 이번 겨울을 앞두고 단기 공공일자리 5만9000개를 서둘러 만든 결과다. 자동차와 조선 부문 구조조정, 최저임금과 52시간노동제 시행에 따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위기, 건설업 취업자 감소 때문이었다. 소상공인 위주인 도·소매업 및 숙박·음식업에서만 1년 새 13만7000개 일자리가 줄었다.

아베와 트럼프 일자리 만들기는 우리와 철학부터 달랐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표로 직결된다'는 것을 집권 내내 실천했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중앙은행에서 돈을 찍어 낸다는 비판도 일자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일자리가 민심, 천심이었다. 아베는 3선에 성공했고, 트럼프도 중간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들이 '일자리 만들기'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점도 특이하다. 공무원 17만명을 늘리지 않았고, 기업에 고용을 창출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일자리 대신 규제를 풀어 '시장'과 '일감'을 만들었다. 대신 시장과 일감이 양질의 일자리를 늘렸다. 아베는 '정책적 수단을 총동원'해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양적완화, 재정확대, 기업 성장전략이 핵심이었다. 규제개혁회의를 부활시켜서 연2회 꼼꼼히 챙겼다. 일본은 2012년 말 492조8000억엔(약 4926조원)이던 명목국내총생산(GDP)이 2017년 552조8000억엔으로 12% 넘게 증가했다. 9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했다. 실업률은 2.50%(올 7월 기준)까지 떨어졌다. 상장사 500개 기업 2017년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70% 늘었다.

트럼프는 더 간단하다. 그는 외국 기업이든 자국 기업이든 미국 내 공장을 세우고 제품을 생산하지 않으면 고율관세를 때리겠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전달한다. 대신 35%에 이르던 법인세율을 OECD 국가 평균 아래인 21%로 내렸다. 관세폭탄, 이민 통제정책, 군사적 압박 등도 상대를 압박하는 데 사용했다. 피아 식별이 뚜렷한 정책이었다.


비판도 크다. 일자리 상승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고용과 임금 인상이라는 정책 효과를 거둘지도 미지수다. 소득분배 문제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다. 집권 3년차 문재인 정부는 백악관과 일본 총리관저 일자리 상황판이 아니라 두 지도자가 기업과 시장에 주는 한결같은 시그널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규제를 완화해 '시장'과 '일감'을 만들 테니 기업은 일자리를 늘려 달라는 원칙 말이다. 일관성 있는 국정 운영은 기업을 움직이게 한다. 이제 우리도 잔치를 준비하자.김상용 주필 sr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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