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나노 기술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적극 육성 노력으로 현재 세계 5위 수준으로 성장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 최대 나노기술 전시회 '나노테크 2019'에서는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과 KOTRA 공동 주관으로 22개 기업과 기관이 최대 규모 국가관을 꾸리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1회부터 올해까지 18년째 전시회에 참여한 나노 무기화합물 제조업체 석경에이티는 신제품으로 서브마이크론 크기 중공실리카 소재를 선보였다. 5G 통신 시대를 맞아 데이터 고속전송용 저유전율 소재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나노테크에서 주목받은 탄소나노튜브(CNT) 분야 움직임도 돋보였다. 제이오는 단일벽탄소나노튜브(SWCNT) 만큼 성능을 내면서도 가격은 다중벽탄소나노튜브(MWCNT)와 경쟁할 수 있는 박벽(TW) CNT를 세계 최초로 시판한다. 국내외 배터리 기업과 중국 자동차 기업이 많은 관심을 보이며 전시회 기간 동안 활발히 상담했다. 씨앤티솔루션은 볼빅과 함께 CNT를 적용해 부드러운 타격감을 주면서도 내구성을 높인 골프공을 3월 양산한다.
신소재 분야 움직임도 눈에 띈다. 내일테크놀로지는 CNT보다 열적·화학적 안정성이 월등해 나노신소재로 각광받는 질화붕소나노튜브(BNNT) 분말을 선보였다. 현재까지 대량 생산이 가능한 기업이 없는 분야다. 방열소재나 압전, 차폐, 방연, 우주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양한 상용 제품도 전시됐다. 낙우산업은 산청산 고령토를 주원료로 나노 기술을 접목해 접착성과 발림성을 개선한 친환경 페인트를 선보였다. 신진퓨쳐필름은 투명하면서도 햇빛 차단 효과가 큰 필름을 수요기업인 비츠웰과 함께 전시했다.
이밖에 △엠크레프츠(주사전자현미경) △다리옵틱(진공증착용 코팅재료) △아이에스엘(전도성필름) △테라테크노스(음극재용 실리콘 산화물) △나노엔씨(나노섬유 제조장비) △도은(광학용 표면 특수 코팅 재료) △동명기술(전도성 나노복합 섬유) △덕산약품공업(탄소나노튜브 분산액) △아모그린텍(전도성 나노소재 및 응용제품) △네쓰(플라즈마 코팅 시스템) △제이에스테크(나노분산·분쇄 장비) 등이 참여했다.
우리나라 나노 기술은 정부의 선제적 투자와 산·학·연 노력으로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상용화 시대를 앞두고 공급기업과 수요기업 간 협력이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각 기업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지속 지원과 수요·공급 기업을 연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채널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칠희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 이사장은 “일본 소재 기업은 어떻게든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한국 대기업에도 소재를 공급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한다”면서 “각 기업과 연구소가 보유한 기술을 숙지하고 필요한 분야에서 협력하면 더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일본)=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