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 친환경 PO로 글로벌 시장 정조준…'100만톤 실현한다'

지난 23일 울산시 석유 화학단지 내 SKC 울산 공장. 60m 높이 여러 개 원통형 탑들이 '위윙' 소리를 내면서 바쁘게 작동하고 있다.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의 육성도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웅장한 소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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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 울산공장 전경

설비 이름은 '정제탑'이다. 프로필렌옥사이드(PO)를 제조하기 위해 끓는점 원리를 이용해 기초 원료를 분류하는 설비다. 뱀처럼 탑들을 복잡하게 둘러싼 얇고 굵은 수백개 회색 파이프들은 다음 제조 과정으로 분류된 기체를 운반한다.

PO는 가구나 자동차, 가전 내장재 등으로 쓰이는 폴리우레탄의 원료 폴리올과 약품, 식품, 화장품 등에서 보습 성능 강화용 물질로 쓰이는 프로필렌글리콜(PG) 등을 만들 때 활용하는 원료다.

같은 종류 PO라도 어떤 공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하이퍼프로필렌옥사이드(HPPO), PO/MTBE(옥탄가 향상제), PO-CL(염소공법) 등 여러 종류로 나뉜다. 이날 둘러본 공장은 2008년부터 SKC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운영 이후 100% 가동률을 유지 중인 HPPO 설비다.

HPPO 공법은 과산화수소에서 산소 분자를 떼서 프로필렌에 붙이는 방법으로 PO를 만드는 공정이다. 물 이외 부산물과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아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SKC가 울산 공장에 보유한 또 다른 PO 생산 공정인 PO/SM(스타이렌모노머) 방식은 PO와 저부가 가치 제품 SM을 함께 생산하지만, HPPO 공법은 PO만 생산해내는 '단독 공정'이다. 기술력만 확보하면 설비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공장 면적도 덜 차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SKC 울산 공장에서 HPPO 공정 면적은 전체 PO 공정의 6분의 1가량이지만 PO 생산량은 전체 공장 생산 능력의 40%(13만톤)을 차지할 만큼 효율적이다.

게다가 관리 비용까지 줄인다. 이날 SKC 관계자는 “HPPO 공법을 지속 개선해 나가면서 당초 설계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60%가량 줄였고, 원가를 한 해에 약 100억원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주조종실에서 공장 가동 상황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이기도 하다. 가동률은 상용화 이후 줄곧 100%를 유지하고 있다.

SKC는 HPPO 기술을 들고 중국에 진출했다. 지난해 12월 SKC와 중국 석유화학기업 QXTD, 독일 에보닉, 티센크룹인더스트리얼솔루션스는 협약을 맺고 HPPO 합작사를 중국 산둥성 쯔보시에 설립하기로 했다. 생산량은 울산 PO 생산량과 비슷한 30만톤이다. 2021년 상반기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SKC 관계자는 “환경 규제가 까다로운 중국에서 악성 폐기물이 나오지 않는 HPPO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나 중동에 '제3 PO 생산거점' 건설도 추진한다. 국내, 중국 공장과 더불어 글로벌 PO 생산량을 2025년 100만톤까지 늘리겠다는 야심찬 포부다. SKC 관계자는 “울산과 중국의 PO 생산량이 61만톤에 달하는 걸 고려하면,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PO 공정 해외 진출은 100% HPPO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C는 SK에너지, SK종합화학 등 SK그룹 석유화학 기업에서 원료를 받는 수직 계열화 체제도 장점으로 꼽았다. 글로벌 화학 기업인 바스프 외에 이러한 수직계열 체제를 갖추고 있는 기업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하태욱 SKC 화학생산 본부장은 “바스프 등 글로벌 화학기업과 규모로 맞서는 것은 쉽지 않지만, SKC만의 기술력과 수직 계열화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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