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서비스·판매직 노동자 약 14%가 우울증상을 경험했다. 감정노동을 경험한 여성 노동자가 경험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우울증상 위험이 2.19배 높았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은 정신건강의학교실 한창수·한규만 교수팀이 2007~2009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교수팀은 19세 이상 성인 서비스·판매직 노동자 2055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우울증상을 경험했는지 조사했다. 조사 대상 13.9%가 작년 우울증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전체 노동자 42.9%는 감정노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노동은 근무 동안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숨기고 일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그렇다' '매우 그렇다'고 답한 것을 기준으로 했다.
감정노동을 경험한 여성 노동자는 감정노동을 경험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우울증상을 경험할 위험이 2.19배 높았다. 남성은 감정노동 여부가 우울증상 위험 증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감정노동은 여성과 남성 노동자 모두에게 가장 높은 수준 스트레스를 경험할 위험을 각각 6.45배, 6.28배 높였다.
감정노동과 직무 자율성 상호작용도 분석했다. 남성 노동자는 감정노동을 경험한 동시에 직무 자율성이 낮은 환경에서 근무하는 경우에만 우울증상 위험이 2.85배 증가했다. 여성은 감정노동과 직무 자율성 간 상호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 남성 노동자는 높은 직무 자율성이 우울증상 보호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창수 교수는 “감정노동을 경험하는 여성 노동자가 우울증 발생 위험으로부터 취약하다”면서 “기업이나 정신 보건 정책 기관은 서비스, 판매직 노동자의 감정노동 경험과 정신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