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에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열풍이 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워라밸, 주52시간 근무 시행 등 과제를 안고 많은 기업이 RPA를 도입하거나 도입을 검토했다.
소프트웨어(SW) 로봇이 프로세스를 반복해 익혀서 비서같이 돕는다면 생산성 향상은 물론 미래 사무직 직원의 업무 형태 전반에 걸친 혁신이 가능하다는 기대가 RPA 관심에 불을 붙였다.
최근 시장조사 기관 포레스터리서치가 기업 의사결정자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절반 이상이 RPA가 지루하고 반복되는 업무를 줄이면 직원이 더 나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RPA로 직무에 만족하고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원이 창의 및 전략 업무에 몰입할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70%에 달했다.
이미 RPA 효과를 경험한 글로벌 기업은 이제 1인 1봇 체제를 구상하고 있다. 사무실에서 1인 1PC가 갖춰지고, 직원이 워드와 엑셀을 다루며 생산 혁신을 이뤘듯 모든 직원이 로봇 1대를 갖췄을 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효과를 가늠할 수 있다.
일본 유명 금융회사인 S사에 다니는 영업사원 A는 고객사 방문 전에 고객 정보를 취합, 리포트를 준비해야 한다. 사무실에서 고객 자료를 찾아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반나절이 흐른다. 점심시간 교통체증을 뚫고 고객을 만나고 돌아와도 야근이 기다린다. 각종 리포트와 고객 요청 사항을 챙기는 것도 A의 몫이기 때문이다. 고객을 만나는 시간보다 매일 서류를 반복 처리하는 시간이 많지만 회사 업무 처리 방식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S사는 RPA를 활용해 영업 직원의 업무 자동화를 진행하고 있다. A가 로봇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퇴근하면 이튿날 아침 출근과 동시에 곧바로 고객 정보 리포트를 준비해 놓고, 외부 영업을 나가도 로봇은 기본 사무 업무를 처리한다. 생산성 향상은 물론 업무 방식을 개혁하면서 직원의 워라밸과 업무 만족도까지 끌어올린 사례라 할 수 있다.
S사 RPA 전담 조직은 로봇으로 하여금 사람을 도와서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로봇을 필요로 하는 만큼 확장하고 줄이는 것이 쉽고, 효과도 얼마든지 확장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RPA 도입만으로 마법처럼 회사의 업무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RPA는 자동화하는 업무가 분명하고 명확한 프로세스가 정리됐을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 때문에 혼돈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문 조직이 구성돼 중심을 잡고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BPM 전문 조직이 있다면 RPA 조직과 통합해야 한다.
RPA 초기에는 전문 조직에서 운영 모델을 만들고 튜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 현업 업무를 자동화하기 때문에 전체 사업부와 정보기술(IT)팀이 이해를 함께하고 책임을 분담하는 것도 RPA 성공을 위해 꼭 요구되는 작업이다.
로봇은 1920년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의 희곡에 처음 등장했다. '고된 일'을 의미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가 로봇 어원이다. 100년 전에도 지금과 같이 힘들고 지루한 일에 대한 고민 때문에 로봇이 등장한 셈이다. 이제 현대 사회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로봇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할지 고민해 볼 때다.
장은구 유아이패스코리아 대표 jack.jang@uipa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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