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95>美·中이 정보통신 분야에서 성공한 비결

Photo Image

“미국은 대학 중심으로 산업단지가 형성되는데 왜 한국 대학 주변은 유흥가가 먼저 생길까.” 다행히 대학과 기업의 연계 노력이 곳곳에서 변화를 만들고 있지만 갈 길은 멀다. “신용카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중국 식당에서 신용카드 대신 'QR코드'를 사용해야 결제가 가능하다는 식당 주인은 당연하다는 표정이다. 단편 사례이지만 세계 정보통신 시장을 이끄는 미국과 중국 모습이다.

미국 경제를 견인하는 산업단지 중심에는 항상 대학이 있다. 스탠퍼드대와 버클리대 중심의 정보통신기술(ICT) 클러스터인 실리콘밸리,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의 두뇌를 빌린 고속도로 128번 주변 바이오단지, 듀크대 등 3개 대학을 연결한 리서치 트라이앵글 융합 클러스터, 텍사스주립대가 통신 기업과 함께 만들어 낸 텍사스의 텔레콤코리도 산업단지 등 기업·대학·정부·연구소가 함께 성장시킨 40여개 산업단지가 사실상 미국 경제의 핵심이다. 교수가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고 기업인이 강단에 서는 일도 별난 움직임은 아니다. 학생이 사장이 되고, 학교 대신 기업으로 출근하는 인턴은 보편화됐다.

Photo Image

미국 규제는 공정 경쟁과 환경 보전을 위해 존재한다. 행정 편의주의와 권력 남용을 위한 규제는 거의 없다. 줄 세우기 시험으로 공무원을 선발하지도 않고, 일자리를 부풀리기 위해 공공 일자리를 만들지도 않는다. 일자리는 필요와 경쟁 산물이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최선을 찾아가는 젊은이 모습에서 미래를 발견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5년 동안 아홉 차례 이직 끝에 자신의 자리를 찾은 엔지니어의 경험담은 별로 놀랍지도 않다.

중국은 미국과 다르다. 정부 독재로 '몰빵 정책'이 가능하다. 신용카드 결제를 배제하고 대신 QR코드 기반의 결제 방식을 도입한 것은 우리로선 이해하기 어렵지만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인구 16억명 규모의 엄청난 시장이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부의 단일화 정책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규제를 불문하고 정부가 눈을 감으면 허용되는 유연성(?)이 오히려 창의의 거름이 된다. 샤오미, 화웨이, 알리바바 등 정보기술(IT) 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배경이다. 중앙 집중 체제가 시장 변화의 기폭제가 되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미국의 정보통신 분야 성공 요건을 찬양하거나 옹호하려는 의도는 없다. 미국의 허술한 규제가 문제를 일으키고 지나친 자율 정책이 개인의 이익을 해칠 때가 있다. 중국의 몰빵 정책은 민주주의 국가로의 발전에 큰 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는 민주주의나 공산주의 이념 문제가 아니라 생존 문제다.

Photo Image

세계 강국에서 배울 것과 버릴 것을 찾아내고 우리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치계, 정부, 산업계, 학계가 머리를 맞댈 때다. 영웅 발목 잡기, 꼬투리 잡기, 권력만능주의, 인기우선정책 등 적폐를 버릴 때다. 1990년대 전자상거래 도입과 최근 공유경제 출발점에서 '오는 변화를 늦출 뿐'이라는 소탐대실 교훈을 배웠다. 정부 정책을 포용하고 '나'를 유보하는 지혜와 그만큼 보상해 주는 정부의 정책이 지금처럼 절실한 적이 없었다.

세계 IT 시장을 장악한 미국과 중국의 달음박질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경제 폭락의 길을 걸은 브라질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초고속망으로 IT 강국을 일궈낸 대한민국의 저력이 지능경제 시대에서 재현되기를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