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성경륭 이사장 "치료받는 사람이 견디지 못하면 악화…정책수용성 제고를"

“정부가 최저임금 목표를 정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목표지향적'으로만 추진한 측면이 있다. 의사가 아픈 사람을 치료해야 하는데 치료받는 사람이 견디지 못하면 오히려 병이 악화된다. 정책 집행 단계에서부터 정책 수용성 문제를 충분히 고려했더라면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났을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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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정책과 관련해 이 같이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지난해에 이어 새해까지 관통하는 최대 현안이다. 성 이사장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이라는 공약에 치중하여 정작 혜택을 주고자 했던 어려언 집단의 고용이 악화된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방향은 맞았지만 정책 우선순위에서 아쉬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고용 가능성과 고용 조건을 먼저 개선한 뒤 임금 문제를 다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종합적인 정책 수정·보완을 주문했다.

내년 시장 경제에 대한 경각심도 당부했다. 그는 “도처에 휘발유를 뿌려놓은 상황이다. 누가 성냥을 던지느냐의 문제”라며 금리 인상, 미중 무역 마찰 확산, 북미대화 중단 등 세 가지 위험 요인이 얽히면 '빅쇼크'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이러한 충격은 영세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 중하층 가계에 '폐업폭탄과 가계붕괴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기적으로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 소멸을 대한민국이 처한 가장 큰 위기로 봤다. 성 이사장은 “지금 청년 일자리가 없어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도 포기하고 있다”며 “마땅히 태어나야 할 어린이들을 미리 죽이는, 거대한 예방적 살상행위와 유사한 일이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문일답>

대담=이호준 산업정책부 부장

-한국경제 위기론이 다시 부상했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 우리나라 경제산업을 전망한다면.

▲대체로 그동안 나온 국내 보고서나 언론 보도 내용을 종합해 보면 올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이 3.5% 수준이고 국내 성장률이 2.6~2.7% 정도다. 다만 추세적으로 뚝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약간의 하강세가 예측되고 있다.

여기에 보태고 싶은 것은 지난 연말 미국이 금리를 올렸고 올해에도 두 차례를 더 올린다고 예고했다는 점이다. 금리 인상에 따라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대출이 어려워지고 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전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양적 완화 정책을 추진하여 통화공급이 과도하게 확대된 상태이다. 따라서 금리인상의 도미노가 일어날 경우 세계 도처가 지뢰밭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점에서 외형적으로 보는 2019 세계경제 전망은 점진적 감소로 볼 수 있지만, 통화공급이 크게 늘어났고 또 미국의 금리인상이 재개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언제 어디서 어떤 지뢰가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도 상존한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과도한 양적완화를 통해 전세계의 국가 공공 부채가 지난해 11월에 250조달러로 급증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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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정부에선 미국과 우리나라 금리 차이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 불똥이 크게 튈 수 있다. 이미 0.75% 포인트 차이로 벌어졌기 때문에 우리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가계 부채가 1514조원이다. 대출 금리가 5% 수준에서 더 올라가면 자영업자, 영세 중소기업, 중하위층 가계에 에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성장률이 점진적으로 하강하는 추세라 하더라도 금리가 올라가고 미중 마찰이 강화되면 수출과 생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취약한 기업과 부채가 많은 가계는 무너진다. 이것은 '빅 쇼크'로 오거나 '스몰 쇼크'로 올 수도 있다.

-'경제 위기'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빅쇼크'를 가져올 요인은 무엇인가.

▲도처에 휘발유를 뿌려놓은 상황이다. 누가 성냥을 던지느냐 문제다. 빅쇼크는 여러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가 있는데 그 중에 예상할 수 있는 것이 금리 인상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미중 무역 마찰이 확산되는 문제, 그리고 북미대화가 중단되거나 평화 프로세스가 실현될 가능성이 낮아질 경우에 복합적으로 빅쇼크가 올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충격으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자영업, 그리고 중하위층 가계, 즉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가 집중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것의 규모가 얼마나 될지가 문제다.

-현 정부 경제정책 설계단계에서부터 참여한 것으로 안다.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3가지 축이 황금 트로이카로서 좋은 밸런스를 맞췄다. 다만 1년 넘게 지난 지금, 소득주도 성장과 관련해 논란이 여전하다.

▲정부가 설정한 방향은 매우 적절했고 잘 잡았다고 본다. 사실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보 정권이라서 채택한 것이 아니다. 과거 보수 정부가 대기업에 유리한 조세 재정 정책을 쓰고 부자에게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를 더 하고 고용도 늘어날 것이라는 낙수효과를 신앙처럼 믿어왔다. 그래서 투자, 고용, 대중의 생활이 개선됐는가.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더 심화됐다. 단순한 낙수효과 이론으론 한계가 따랐다. 문재인 정부는 포용적 성장 틀 속에서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 삼각축이 연결되도록 했다.

방향은 분명 옳았지만 보완할 요소가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성과를 더 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점이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대기업은 최저임금이 1만원이든, 2만원이든 지불능력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기업 직원의 학력, 내부 교육훈련 투자, 연구개발을 통한 혁신역량, 생산성 지수 등 여러 요인을 따졌을 때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어렵다. 정부가 최저임금 목표를 정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초기에 목표 지향적으로 접근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의사가 치료를 해야 하는데 치료받는 사람이 견디지 못하면 병이 악화되거나 죽을 수 있다. 정책 수용성 문제를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다.

-'경제정책의 일방통행'을 우려한다. 정책 보완을 넘어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선된 영역도 많다. 잘된 것도 있고 어려워진 측면도 있는데, 이것만 보고 실패했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혜택을 주고자 했던 대상이 감당할 능력이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앞으로 이 부분을 적극 보완해야 한다.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소득주도성장보다 훨씬 큰 개념인 혁신적 포용성장 국가를 실현하기 위해선 결국 '역량→고용→소득' 선순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포용성장과 혁신성장을 마치 다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통합적으로 가야 한다. 서로의 인식을 일치시켜줄 수 있는 영역이 바로 '역량 증진'이다. 포용정책을 위해서도 국민 전체 역량을 높이는 교육이 필요하다. 학교교육이 진행되는 시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요람에서 무덤까지, 전 생애에 걸쳐 평생 교육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역량은 국민 전체 창의성과 혁신성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부분이 매우 취약하다. 정부와 기업이 같이 분담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도 경쟁력을 높이고 결국엔 고용 확대와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평생교육 체계는 구체적으로 어떤 시스템을 말하는 것인가.

▲우리나라 교육은 어린아이들을 유치원에서부터 암기시키고 시험치고 등수 매긴다. 이것을 계속 반복하기 때문에 죽은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본다.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충실한 교육 체계를 제공해야 한다. 우리의 포용국가 모델은 사실상 노르딕 복지국가 모델의 원리와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이 나라들은 복지 예산만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평생 교육체계를 잘 구축하고 질 높은 교육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취직했을 때는 재직자 교육, 실직했을 때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단위의 교육 기관을 국가가 설치하고 민간 교육기관도 적극 활용한다. 그리고 정부가 직업 소개망을 가동해 직장을 알선해 준다. 이것을 '유연안전성 모델(flexicurity model)'이라고 한다. 노르딕의 많은 나라는 전 직장의 월급 70%를 실업급여로 1~2년 정도 준다. 때문에 실업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동시에 아주 강력한 직업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반드시 등록하고 이수하도록 한다. 그러기 때문에 유연한 노동시장을 가질 수 있다. 기업 경영이 어려우면 해고시킬 수도 있다. 우리도 전국민 평생교육 체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적극적인 조세 제도로 교육복지 제도를 실현해야 한다. 기업도 종업원에 대한 교육, 기술 훈련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고용 참사'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고용지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대안이 있는가.

▲청년이 좋은 일자리에서 많이 배제되고 있다. 공공부문, 대기업 등 취업 문이 좁아지고 있어 청년실업률이 22% 수준이다. 청년이 고용된다 하더라도 절반이 비정규직이다. 청년이 제대로 된 직장에 못 들어가면서 결혼을 포기하고 있다. 이것은 자의적인 포기가 아닌 강요된 포기라고 보아야 한다. 출산도 마찬가지다. 적극적인 복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기본 틀을 포용성장으로 잡고 국민 역량을 높이고 고용 가능성과 고용 조건을 동시에 개선해야 한다. 그 다음 순번은 급여, 임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산업 정책을 통해 새로운 신산업을 일으켜야 한다.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이 나오는데 제조업 분야 기술혁신과 산업혁신을 같이 해야 한다.

결국 교육·고용·산업·조세·복지 정책이 통합 전개돼야 포용성장을 이룰 수 있다. 지난 1년 반은 그 중 주로 최저임금에 집중했다고 볼 수 있다. 큰 틀에서 보면 많은 핵심적인 요소가 미약했다. 빨리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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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문재인 정부 제2기 경제팀의 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지금 중요한 공백이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방향은 잘 잡았으나 통합적 정책 추진이라는 면에서 보완할 게 많다고 본다. 수용성에 대한 고려가 미진해 취약계층이 고통 받았다. 2기 경제팀은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해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적극적인 조세·고용·복지·산업·교육 정책이 필요하다.

또 경제 정책과 사회 정책을 통합 관리해야 한다. 앞서 얘기했지만 교육·고용·산업·조세·복지 정책을 종합 추진하면서 통합적인 흐름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까지는 공동의 목표나 모델을 사전에 충분히 조율하지 못했다. 다 따로따로했다. 관료 조직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본다. 최저임금의 경우 도움을 받아야할 집단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종합적으로 재검토하고 수정 보완해야 한다. 경제와 사회 정책을 통합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관리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

정리=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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