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중소벤처업계는 온탕과 냉탕을 바쁘게 오갔다.
기업 성적표만 보면 만족스럽다. 2017년 기준 매출 1000억원 이상 벤처기업은 572곳이었다. 2016년 513곳에서 59곳이 추가됐다.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올해 중 600개사를 돌파할 전망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000억원 벤처기업을 계속 늘릴 방침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시장도 커졌다. 3조3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최대 규모다. 올해 3분기 이미 지난해 2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규제도 많이 풀렸다. 벤처업계 염원인 규제 혁파 물꼬가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통해 첫 단추를 끼웠다. 성실 실패자 대상 재기 지원 근거도 세워졌다. 코스닥 상장기준도 완화됐다.
하지만 내년이 걱정이다. 올해 성장세를 이끈 주역은 반도체와 게임 분야 기업이다. 내년에는 모두 대내외 환경 악화 탓에 힘겨운 한 해를 예고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업황 악화는 이미 시작됐다. 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도 신규 시장을 넓혀야 하는 우리 기업에는 뼈아픈 일이다. 세계 경제도 지난 10년간 호황을 접고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국내 상황도 좋지 못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노동 이슈로 올 한 해 내내 시끄러웠다. 경영 활동을 지나치게 옥죌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론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업계 내년도 성적표가 판가름 날 수 있다.
대기업 실적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도 악재다. 경기 불황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중소·중견 협력사 경영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른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