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박래웅 아주대의대 교수 “데이터 기반 연구 평등화 구현 목표”

1980년대 초 까까머리 중학생은 방학 때마다 청계천 가전매장을 찾아 전시용 컴퓨터를 구경하며 공학도를 꿈꿨다. 집안 반대로 의대에 진학했지만 IT에 대한 열정을 꾸준히 키워갔다. 국내 최초 의료정보학과를 설립했고, 이제는 데이터 기반 연구 평준화를 외치는 의료IT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박래웅 아주대의대 의료정보학과 교수다.

Photo Image
박래웅 아주대의대 의료정보학과 교수

박 교수는 어릴 적부터 IT 관심과 능력이 남달랐다. 국내에 애플 컴퓨터가 처음 들어온 중학교 때부터 전시용 컴퓨터를 만지며 프로그래밍 능력을 쌓았다. 의대에서 병리학을 전공하면서도 IT 끈을 놓지 않았다. 개인 호기심을 넘어서 IT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가졌다.

그의 능력이 빛난 것은 병리학 전공의 2년차 때다. 1997년 병리학 실습시험을 컴퓨터로 치루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기존 수기로 진행했던 병리학 실습 시험을 전산화한 첫 사례다.

박 교수는 “1997년 그동안 유례가 없던 병리학 실습시험을 컴퓨터 시험을 전환한데 이어 1999년에는 초고속 통신망을 이용한 원격병리시스템을 개발했다”면서 “법의학자가 되기 위해 병리학을 전공했는데, IT를 꾸준히 접하면서 진료·연구에 접목하는 방법을 찾는데 역량을 쏟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전자의무기록(EMR),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처방전전달시스템(OCS) 등 도입 논의가 시작될 뿐 의료IT 개념조차 생소했다. 박 교수는 인프라가 아닌 진료·연구·경영 전반 혁신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의료IT 연구가 필요하다고 봤다. 조직을 설득해 2004년 8월 아주대의대에 국내 최초로 의료정보학 교실을 열었다.

박 교수는 “당시 의료정보학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할 시점에 당시 의료원장 지원으로 국내 최초 의료정보학 교실을 열었다”면서 “연구원 2~3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50여 명이넘는 교수, 연구진이 포진할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공통데이터모델(CDM) 전도사로 불린다.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CDM은 병원은 보유한 데이터를 표준화한 뒤 외부에서 필요한 분석 결과만 제공한다. 민감한 의료 정보를 물리적으로 한데 모으거나 외부 공유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국내에서도 익명화된 가공 데이터(분석 결과)만 제공해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박 교수는 국책과제로 진행하는 국내 40여개 병원과 기업이 뭉쳐 의료정보를 CDM으로 전환·공유하는 플랫폼 개발을 총괄한다. 제한적 국내 데이터 활용 환경을 극복할 대안인 동시에 연구 평준화를 달성할 도구로 믿는다.

그는 “CDM은 강력한 규제 장벽이 있는 국내에서 의료 정보를 활용할 대안인 동시에 의학 패러다임을 바꿀 무기가 될 것”이라면서 “그동안 데이터는 기관 안에서만 머물러 활용이 제한적이었는데 데이터 소유권 없이도 연구가 가능한 평등한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