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글로벌 조명 산업은 필립스, 오스람, GE, 샤프, 도시바, 파나소닉 등 전통 제조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레드오션이다. 가격과 품질만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 주력상품 LED 수명이 10년 이상 길어지면서 조명 교체 수익도 줄어든다.
이 시장 1위 기업 필립스 조명은 연간 9조원 매출을 기록하며 업계 선두 자리를 유지한다. 치열한 경쟁과 수익 구조 악화로 위기감이 높아졌다.
130년 전통 필립스가 해결책으로 선택한 것은 디지털 전환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 혁신팀을 내부에 신설했다. SAP 등 글로벌 소프트웨어(SW)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을 도입해 공장 제조부터 유통 공급망, 소셜 분석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로 혁신하기로 결정했다.
필립스는 우선 실시간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3개월 짧은 기간 동안 SAP 클라우드 플랫폼 개발환경에서 글로벌 공급망 추적관리 시스템과 사물인터넷(IoT) 기반 자산 관리, 스마트 공장 상황실을 구성했다. 자재소요량계획(MRP) SW를 도입, 제품 적시 출하가 가능해졌다. LED 칩 제조부터 서비스 현장까지 전체 공급망을 한눈에 파악해 수요와 공급을 최적으로 조절했다.
IoT,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했다. IoT 기반 지능화된 조명 서비스를 구현했다. 조명이 설치된 구조물, 거리, 매장, 관광지 등에 IoT를 접목해 필요에 따라 조명 자산과 설비를 실시간으로 제어한다. 관광지나 구조물 등에 연출된 조명을 인터넷 상에서 사람이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는지 실시간 파악한다. 분석한 정보를 정부나 시설물 운영자에게 전달, 개선해야할 사안을 제시한다.
필립스는 디지털 전환을 발판으로 IoT 기반 스마트 조명 '필립스 휴'를 출시, 조명 산업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조명으로 인한 전기 소모량을 예측, 전기 낭비를 최소화해 환경 친화 기업으로 거듭났다. 스마트홈, 스마트 매장, 사용한 만큼 지불하는 조명 서비스(LaaS:Light as a Service), IoT 기반 스마트 전구 판매 등 기존에 선보이기 어려웠던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인다.
필립스 조명은 5월 시그니파이로 사명을 변경하고 새로 출발했다. 필립스 디지털전환 경험을 발판으로 지능형 조명 시장을 연다. 다양한 부가가치 서비스를 만들고 인터넷으로 연결된 스마트 시티를 컨설팅하는 서비스 사업자로 혁신 중이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