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10개월 논의하고도 입장차만 확인한 5G 망중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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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10개월 대장정 끝에 마련한 '인터넷 상생발전협의회' 결과 보고서는 이해당사자 간 대립이 첨예해 명쾌한 해법을 내놓지는 못했다.

하지만 쟁점별 찬반 논리를 세세하게 정리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책 집행 과정에서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망 이용대가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로 하는 등 성과가 상당했지만 망 중립성 등 중요 쟁점에서 입장차만 확인하고 마무리한 점은 아쉬움이다.

◇망 이용대가 가이드라인 최대 성과

가장 큰 성과는 망 이용대가 부문이다. 무엇보다 망 이용대가 협상 원칙과 절차를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로 합의한 게 돋보인다.

인터넷 상생발전협의회는 “부당한 망 이용대가 차별을 막고 이용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다만 “인터넷 생태계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규제를 해야 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가이드라인에는 △성실협상 △사전고지 △망 이용대가 산정 원칙이 포함된다. 통신사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모두 망 이용대가 협상과 계약체결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 되며 접속경로를 변경할 때는 이용자에게 사전 고지해야 한다.

방통위는 망 이용대가 협상이 사업자 자율인 점을 감안, 대가 산정 기준을 제시하기보다는 '공정하고 비차별적' 산정 원칙을 선언할 방침이다. 가이드라인은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면 법률 해석 준거로 활용된다.

협의회는 가이드라인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CP 불공정행위도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통신사 등이 망 이용대가 관련 자료를 규제기관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위 두 가지 모두 법률 개정이 필요해 국회 협조가 필수다. 트래픽 양, 국내외 CP 간 형평성 등 망 이용대가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도 실시한다.

가이드라인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대가 산정 원칙 등을 결정하더라도 글로벌CP가 지키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계약 과정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견과 무시하면 그만이라는 의견이 맞선다.

서버설치 의무화 등 다른 역차별 해소 규제와 결합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5G 망 중립성, 실측 토대로 재논의

망 중립성 논의에서는 5G 서비스를 위해 망 중립성 원칙을 변경해야 하는지 따져보기로 한 점이 성과다.

이해당사자에 따라 규제 완화·규제 강화·현행 유지로 의견이 엇갈렸지만 5G가 망 중립성 원칙 변경 사유가 되는지 명확한 근거를 찾아보자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했다.

5G가 아직 충분한 서비스를 내놓을 만큼 성숙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모든 논의가 '가설'로 흐르는 만큼 최소한 실측 자료가 필요하다고 공감한 것이다.

5G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 도입 이후 정당한 사유가 발생하면 망 중립성 원칙을 변경할 여지를 남겼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협의회는 “5G 구축에 필요한 투자액, 망 중립성 규제로 망 투자가 저해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 자료를 확보하고 이에 근거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또 “5G에서 망 중립성 규제 완화 사례로 제시되는 자율주행차, 원격진료 등이 어떤 망을 통해 어떤 형태로 상용화하는지 구체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로레이팅 논의는 불공정행위를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전제 하에 도입을 찬성하는 견해가 우세했다.

제로레이팅을 전면 허용하되 CP 차별 등 불공정행위가 발생하면 사후 규제하는 방안과 모든 CP를 동등하게 대하는 '동등조건 의무화' 등 사전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5G 서비스 나와 봐야 알 것”···상호접속도 과제

5G 서비스 출시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5G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현행 망 중립성 원칙과 양립 가능한지 드러나기 때문이다. 현행 규제 체계 안에서 5G 급행차선 서비스를 제공해도 일반 서비스에 문제가 없는지가 쟁점이다.

통신사는 망 중립성 논란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5G 서비스를 내놔야 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현행 망 중립성 원칙에 기반해 출시한 서비스가 망 중립성을 어겼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인터넷 상호접속제도도 과제다.

망 이용대가 논의에서 글로벌CP와 국내 중소CP는 상호접속제도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통신사 간 상호접속료 체계를 기존 '무정산'에서 트래픽 양에 따른 '상호정산'으로 바꿨다. 이에 트래픽 양이 많은 CP 부담이 커졌다.

글로벌CP는 “한국 상호접속규제가 글로벌 스탠더드와 달라 발생한 문제”라고 했고 중소CP는 “상호접속고시 개정 이후 망 이용대가 인상 효과가 중소CP에 집중되고 있다”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중소CP 비용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망 이용대가 인상폭에 상한을 두었으나 중소CP는 해마다 인하되던 대가가 오르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2년마다 재산정하는 상호접속요율을 2017년 말까지 결정해야 했으나 결국 또 해를 넘길 상황이다.

그만큼 망 이용대가가 걸린 상호접속 문제가 풀기 어려운 숙제라는 점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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