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확산으로 통신·미디어·개인정보 규제 체계가 재편되면서 산업계가 전례 없는 복합 규제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AI 법체계 확립과 징벌적 과징금 도입, 망 이용대가,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통상 변수까지 겹치면서 통합적 규제 대응 능력이 기업 경영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7일 서울 강남구 파르나스타워 본사에서 한국정보통신법학회·한국인공지능법학회와 공동으로 통합 TMT센터 출범 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AI 시대 기술 혁신과 규제의 교차점'을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는 임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민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최우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장과 이동통신 3사, 플랫폼 기업 등 산·학·관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날 첫 세션 발제를 맡은 손금주 변호사는 AI 신뢰체계 확립과 네트워크 고도화, 기술주권 확보를 위한 6G 위성통신 등 분야에서 과기정통부의 규제·진흥 정책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의 선제적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 변호사는 “AI 기본법 제정으로 AI 규제 범위와 기준에 대한 사전규제 체계가 강화됨에 따라 기업들은 서비스 설계·기획 단계부터 컴플라이언스를 내재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최근 발표한 한국형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과 관련해 규제를 준수하면서 선제적 혁신을 통해 시장 우위를 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위성·단말간 직접통신(D2D) 승인 체계, 지상망과의 주파수 공존 기준 등 법제 정비를 선결 과제로 제시했다.

이어 한승혁 변호사는 방송 미디어 분야 규제 현안을 짚었다. 해외 빅테크의 망 이용대가 관련해서는 한미 관계에 따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유럽 디지털네트워크법에서 지급 의무 명시 대신 규제기관의 분쟁조정 절차를 도입해 통상 마찰을 우회한 설계는 참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또 이날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도 플랫폼의 새 리스크로 지목했다.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허위조작정보 신고 접수가 의무화되고 악의적 유통 게재자에게 최대 5배 가중 손해배상이 도입되는 만큼 플랫폼의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선희 변호사는 오는 9월 시행되는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의 주요 변화·쟁점과 기업의 정보보호 대응 방안을 소개했다. 김 변호사는 AI 시대 보안 취약성이 증가함에 따라 단순 컴플라이언스 이슈에서 경영 리스크로 확산되고 있다며 기업의 적극적 대응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정보보호 투자 실적이 과징금 감경 사유로 명문화된 만큼 최고경영진 중심의 거버넌스 설계와 사전 투자가 필수라고 제언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성석함 SK텔레콤 정책협력실장, 이운문 KT AX정책담당, 이규화 LG유플러스 사업협력담당, 손지윤 네이버 정책전략총괄 전무, 김명수 구글클라우드코리아 정책총괄, 김태오 국립창원대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패널들은 AI 인프라 투자 부담과 부처별 중첩 규제를 공통 현안으로 지목했다.
성석함 SKT 실장은 인프라 핵심 축인 AI 데이터센터(AIDC)뿐 아니라 6G·위성통신 투자도 적극 병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AI와 위성망 투자를 기업이 어디까지 감당해야 하는지,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운문 KT 담당은 AIDC와 해저케이블, 위성을 잇는 AI 인프라 번들 전략 구상을 밝혔다. 이규화 LG유플러스 담당은 시내전화 보편역무와 망 중립성 등 기존 통신 규제를 AI 시대에 맞게 재검토해야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손도일 율촌 경영담당 대표변호사는 이날 개회사에서 “좋은 규제는 혁신을 막는 규제가 아니라 혁신에 대한 신뢰를 만드는 규제”라며 “AI 기술이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을 때 기업도 지속 성장할 수 있고 한국도 글로벌 AI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