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CATL이 미국에 지사를 세우고 현지 자동차 제조사영업을 강화한다. 유럽에 이어 미국 시장에서도 국내 배터리 업체와 수주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최근 미국 디트로이트에 판매·서비스 법인을 설립했다. 이는 CATL의 네 번째 해외 거점으로 미국 현지법인은 처음이다. CATL 측은 “여러 미국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곧 시장에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부터 CATL 글로벌 행보는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3월 LG화학, 삼성SDI와 함께 폭스바겐 차세대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되며 주목을 끌었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가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맺은 첫 대규모 계약이다. 다임러, BMW와도 잇따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다임러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BMW는 삼성SDI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았다. 유럽과 일본에 이어 미국에도 거점을 마련하면서 현지에서 국내 업체와 경쟁 구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CATL 외에 다른 중국 업체 글로벌 공략도 가시화됐다. 패러시스는 최근 독일 한 완성차 업체와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총 140GWh 규모 배터리 공급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패러시스가 해외 전기차 제조사와 맺은 최초 장기 배터리 공급 계약이다. 업계에서는 계약 대상을 다임러로 추측하고 있다. 다임러는 오는 2030년까지 200억유로(약 26조원) 규모 배터리 구매 계획을 밝혔는데 최근 공급선이 CATL, 패러시스, EVE 등 중국 업체로 다변화되고 있어 기존 공급사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입지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
중국 2위 배터리 제조사인 BYD도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유럽과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BYD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별도 회사로 분리하고 2022년까지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몸집을 키운 중국 배터리 업체 해외 공략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업체와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병주 SNE리서치 상무는 “패러시스의 다임러 프로젝트 수주는 LG화학, 파나소닉, 삼성SDI, CATL, SK이노베이션 등 '톱5' 외 회사가 글로벌 제조사와 맺은 대규모 수주 사례로 국내 배터리 업체와 글로벌 수주전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중국 내수시장에서 힘을 얻은 중국 업체가 국내 제조사와 시장 쟁탈전을 벌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