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총장 직무정지 이사회 앞두고 '표적' '비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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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KAIST 총장 직무정지 여부를 결정할 이사회를 앞두고 과학기술계가 뜨겁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기관장 물갈이'와 개인 비위 혐의 조사 의견이 맞섰다.

KAIST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신성철 총장 직무정지 여부를 안건에 부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신 총장을 국가연구비 횡령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신 총장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재임 당시 연구비를 부당하게 집행했다는 혐의다. 이틀 뒤엔 KAIST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직무정지를 요구했다. 정부가 재직 중인 KAIST 총장 직무정지를 요청한 것은 처음이다.

과기계 안팎에서 배경을 두고 논란이 제기됐다. 정권 교체 이후 코드에 맞지 않는 과기계 수장 솎아내기라는 시선과 개인 비위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정면 충돌했다.

신 총장은 지난해 2월 제16대 KAIST 총장으로 취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초등학교 동창으로, '친박 인사' 논란이 뒤따랐다. 과기정통부가 손상혁 DGIST 총장과 신 KAIST 총장에 대한 고강도 조사에 착수하면서 특정 인사 때리기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과기정통부가 KAIST 사상 초유 총장 직무정지를 요청하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KAIST 교수 205명을 포함한 과기인 665명은 과기정통부의 신 총장 직무정지 요청 거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11일 발표했다. 물리학자 A교수는 “시설을 사용할 때 일정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세계 과학계 관례”라면서 “과기정통부가 이런 관례를 몰랐거나 신 총장을 엮으려는 '스토리'를 만들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성토했다.

신 총장의 연구비 횡령 관련 기관인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도 11일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과 이장무 KAIST 이사장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DGIST와 LBNL 간 공동연구 과제는 문제가 없었다”면서 “공동연구비는 LBNL 계정으로 편입돼 적합하게 쓰였다”고 밝혔다.

신 총장이 결제해 보낸 연구비 가운데 일부가 제자인 임 모 박사 인건비로 쓰였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임 박사는 정상 채용 절차를 거쳐서 고용됐다”면서 “인건비는 경력·업무에 적합하게 책정됐다”고 해명했다.

과기정통부는 유 장관에게 전달된 이메일과 관련해 공식 대응에 나서지 않았지만 LBNL 주장이 신 총장 혐의를 해소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LBNL 해명은 신 총장이 받고 있는 혐의 가운데 극히 일부분에 대한 소명으로, LBNL 계약서보다는 신 총장 계좌 등 개인정보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감사 과정에서 혐의가 드러났고, 이를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 수사를 의뢰한 것인데 특정인에 대한 공세로 보는 시선이 오히려 사안 핵심을 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 총장 이력을 보면 향후 물리학계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연구비 부정 집행 관련 혐의가 나왔고, 확실하게 이를 해소하는 기회를 갖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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