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달 6일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에서 유래한 심장병, 파킨슨병 치료제 2종의 판매를 승인했다. iPSC는 피부나 혈액 등 인체 세포에 특정 유전인자를 삽입해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다. 기존 배아 줄기세포의 윤리적 논란을 해소하고, 퇴행성 질환과 심장질환 등을 치료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본 정부 결정이 주목받는 것은 중증 심부전 치료제 시험 인원은 8명, 파킨슨병 치료제는 7명에 불과한 데도 시판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후생노동청은 첨단 재생 의료 제품을 가능한 빨리 환자에게 투여하기 위해 7년간 치료 결과를 연구하도록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 연구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환자 맞춤형 치료는 고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줄기세포를 선제적으로 연구해 왔음에도 iPSC는 아직 실험실에 머물러 있다. 전임상과 임상 단계별 까다로운 모집 기준부터 충족해야 하는 보수적인 허가 기조 탓이다.

문지숙 리코드 대표는 “일본도 (비교적 작은 연구 규모로) iPSC 치료제 2건을 승인했는데 한국은 승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정부가 재생치료에 대한 규제를 걷어내야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기업과 국가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09년부터 차의과학대 교수로 활동한 문 대표는 각종 연구로 인간 태반 줄기세포를 활용해 알츠하이머·파킨슨병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2024년에는 재생바이오기업 리코드를 설립해 항노화 의약품·화장품 등을 개발하고 있다. 리코드는 중소벤처기업부 글로벌 혁신특구 지원을 받아 일본 바이오 클러스터와 협업도 진행 중이다.
문 대표는 국내 재생 치료 시장 활성화 조건으로 까다로운 임상 심사 기준 완화를 들었다. 문 대표는 “일본 허가 사례보다 많은 규모의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에서 치료제 효능을 확인해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연구자 주도 임상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신약 승인을 위한 임상을 별도로 설계해야 한다”면서 “치료제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도 절차에만 매달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리코드는 세포 간 신호 전달 물질을 함유한 엑소좀의 국내 임상이 여의치 않자 일본에서 현지 연구기관과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문 대표가 임상 절차 간소화를 강조하는 것은 줄기세포 치료제 대상이 치료 선택지가 마땅치 않은 난치성 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는 “치료제 임상이 개시되면 가장 먼저 참여하겠다는 환자들이 존재한다”면서 “수년 안에 사망하는 질환이라 임상 개시가 더뎌지는 사이 환자들은 생사 기로에 내몰린다”고 한탄했다.

문 대표는 최근 보건복지부와 중기부가 발표한 제약바이오벤처 지원 협업 방안을 환영하면서도, 규제와 인허가 절차까지 망라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은 효능이 입증된 줄기세포 치료제는 과감하게 허용하고 있다”면서 “혹시 모를 안전성 발생 우려와 이에 대한 책임 소지를 따지는 국내 풍토에서는 혁신 난치성 질환 치료제가 탄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국내 허가 전이지만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관심을 받는 제약바이오벤처가 많다”면서 “자금 확보와 규제 어려움으로 이들이 해외로 이탈한다면 국가적으로 손해인 만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