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정위, 다국적기업 '갑질' 총체 점검 필요하다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업체 브로드컴 '갑질'에 국내 유료방송 산업계 불만이 크다. 그러나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드러내 놓고 말을 못하는 상황이다. 통신용 반도체가 대표 품목인 브로드컴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셋톱박스 핵심 부품의 점유율이 90%에 이른다. 퀄컴 인수까지 추진한 과점 업체다. 이 점을 악용해 부품 가격을 올리면서도 타사 부품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조건을 내걸면서 국내 업계에 자사 부품만을 사용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유료방송 셋톱박스 시장은 운용체계(OS)에 따라 리눅스OS와 안드로이드OS로 나뉜다. 지금까지는 리눅스OS가 대세였지만 비용과 확장성을 고려, 안드로이드OS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 글로벌 전반에 걸친 추세다. 브로드컴은 리눅스OS계 절대 강자다. 시스코VNI에 따르면 전체 셋톱박스 시장에서 브로드컴은 케이블TV 90%, 위성 70%, IPTV 50%를 장악했다.

이렇다 보니 업계는 브로드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통신사 가운데 안드로이드OS 셋톱박스를 일부 도입해 보려던 업체는 모두 브로드컴으로부터 큰 규모 유지보수비 청구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브로드컴 칩을 사용하지 않는 제조사를 선정했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OS로 갈아타지 못하도록 하는 압박이다. 또 리눅스OS칩과 함께 안드로이드OS칩도 생산하는 브로드컴은 필요할 경우 기존 고객에게 시장지배력을 활용, 타사보다 수십배 비싼 가격으로 안드로이드OS칩을 공급하면서 일석이조 효과도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에서도 브로드컴의 '갑질'은 전해지고 있지만 국내 업계는 유독 한국 시장에서 더 심하다고 강조한다. 선진국에선 조사에 착수했지만 아직 한국 당국은 별 움직임이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브로드컴이 고객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이미 조사에 들어갔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조사 중이다. 우리도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우리 산업이 외국 기업에 종속되면서 다국적기업 '갑질' 문제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고 있다. 총체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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