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내 '1호' 로봇수술기기 성공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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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융합산업부 정용철

지난해 8월 국내 의료기기 시장이 떠들썩했다. 국산 로봇 수술 장비 '레보아이'가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다빈치로 알려진 인튜이티브 서지컬이 시장 90% 이상을 장악한 상황에서 첫 국산 제품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허가 받은 지 1년이 지났다. 올해 여름 국내 중소병원에 공급하며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기대한 대형병원 공급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허가 1년 만에 성과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 로봇 수술 장비는 병원이 도입하는 의료기기 가운데 가장 비싸다. 10억원이 훌쩍 넘는 가격을 감안, 기존 장비 교체 수요와 의사결정권자의 판단 전략이 맞물려야 한다.

병원이 레보아이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는 성능, 안정성 등 일반 국산 장비가 모두 같은 문제를 내포한다. 그러나 근본 이유는 가격에 있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운 국산 장비가 오히려 비용 측면에서 매력이 없다.

병원은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레보아이를 도입, 사용하면 정부로부터 수가를 받는다. 똑같은 허가를 받은 다빈치도 마찬가지다. 의료 서비스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기 때문이다. 같은 수가를 받는다면 국산 제품보다 그동안 계속 써 왔고, 그나마 검증된 외산 제품이 훨씬 낫다. 초기 도입비용이 유일한 강점이지만 안정성과 성능 등을 감안하면 별다른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초기 시장 장악을 위해 대규모 자본으로 대형병원에다 싼 가격에 공급했다. 임상시험이라는 명분 아래 대형병원 공급 사례를 확보하는 동시에 데이터 축적으로 제품을 고도화했다. 국내 의료기기 업체는 영세하다. 무작정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도 없다. 대규모 자본 투자, 병원과 전략 협업 등이 필요하다.

외산이 시장을 장악하고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우리 의료기기 시장은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레보아이 같은 국산 장비가 성장하긴 척박하다. 영세 의료기기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외부 자본 유치를 위한 매력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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