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한국 기업에 다니는 꿈을 꿉니다. 한국 대학에서 석사 과정도 하고 싶어요.”
“한국어 너무 재미있어요. 친구들이랑 한국 드라마 보고 한국어로 대화하면서 놀아요.”
한국에서 비행기로 7시간 반을 날아가야 닿을 수 있는 우즈베키스탄에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학교 곳곳에서 우렁찬 한국어가 터져나온다.
초·중·고 과정 1850명이 재학 중인 제35학교에서는 800여명 학생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간단한 문장과 명사 위주 단어를 배우기 시작한 4학년 학생들은 한국어로 짧은 대화가 가능할 정도다. “이것은 무엇입니까”라고 사진을 보여주며 교사가 물으면 15명 학생이 한목소리로 “이것은 사과입니다. 이것은 책상입니다”라고 대답한다. 꼬물꼬물 율동을 하며 '우물가의 개구리' 노래까지 따라 부른다. 중·고등 과정 학생은 인형극도 소화할 정도다. 콩쥐·팥쥐가 계모에게 구박 받으며 밭을 갈고 구멍 뚫린 항아리를 채우는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다.
1학년부터 한국어를 배웠다는 마마자노바 마지나 학생(15세)은 한국어 교사를 꿈꾼다. 수업시간은 물론 한국어 드라마를 보면서 틈틈이 한국어를 배운다. 친구들과도 한국어로 대화하려고 노력한다.
한국어는 우즈벡 정부가 영어를 제외하고는 국정교과서를 발간한 최초의 외국어다. 국가 승인 국정교과서가 있어 학교 정규 과정에서 가르칠 수 있다. 제35학교는 한국과 우즈벡이 정식 수교를 맺기 전인 1990년부터 방과후 수업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다 국정교과서 개발과 함께 정규 과정으로 채택했다.
반지예바 샤호다트 교사는 한국어 교육에 대해 학부모 관심이 더 많다고 말했다. 학교가 적극 한국어 교육에 나설 수 있는 이유다. 우즈벡에는 한국어와 같은 알타이어족이라 배우기도 편하다. 하지만 교사 숫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교육원은 한국어 교사 워크숍을 개최하면서 한국어 수업 성공 사례를 발굴하고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했다.
우즈벡에서는 '한국어'와 '성공'이 등식을 이룬다. 대학생은 한국 기업 취업을 꿈꾸며 한국어를 배운다. 우즈벡국립동방대학 한국어학과 1학년 소디코바 라노(18세) 학생은 어떤 질문에도 거침없이 한국어로 대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자랑한다. 10년 후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질문에 마치 1인 연극을 하듯 한국어로 본인의 미래 모습을 풀어내기도 했다. 한국기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는 것이 라노 학생의 꿈이다. 한국 유학도 생각하고 있다.
우즈벡은 초-중-고-대학에 이르기까지 학교 급별 한국어 교육 진학 연계 체제가 구축된 유일한 해외 국가다. 한국어 능력시험(TOPIK) 신청을 받을 때에는 사람이 너무 몰려 경찰이 동원되기도 한다. 거리 곳곳에서도 한국인을 보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현지인을 만날 수 있다. 4300여㎞ 떨어진 타국에 겉모습도 다르지만 한국과 우즈벡의 역사와 문화는 공통점이 많다. 우즈벡 고대 도시 사마르칸트 벽화에는 고구려인으로 추정되는 사신의 모습이 남아있다. 한국 드라마가 우즈벡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열이 높은 것도 비슷하다.
한국교육원이 씨앗을 뿌렸다. 한-우즈벡 수교 직후인 1992년 한국교육원을 열었다. 한국어 교육을 보급하고 교사 연수, 한국 유학생 유치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오기열 원장은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면서 “우즈벡은 매년 한국 유학생 수가 급증하고 있고 한국내 외국인 유학생 순위도 중국, 베트남, 몽골 다음 4위”라고 설명했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