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밀어내기 관행, 근절 방법 없나

다국적 기업 중심으로 성행하던 '밀어내기' 관행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어도비코리아는 국내 중소 소프트웨어(SW) 업체에 무리하게 제품을 떠넘겼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도비는 법률문제라며 자세한 언급을 피하지만 5년 동안 약 20억원어치 제품을 떠넘겼으며, 해당 업체는 리셀러 계약도 일방 해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40명에 이르던 직원도 9명으로 감소, 파산 위기에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업체는 어도비 측이 거래 지위 활용 전형의 횡포라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밀어내기는 유통업계 오랜 관행으로, 주로 다국적 기업이 본사에서 확정한 목표 매출을 맞추기 위해 총판과 협력업체 등에 일정 수량을 강제로 떠넘기는 행태를 말한다. 2000년대 초·중반에 주로 서버와 스토리지 같은 하드웨어(HW) 업체 중심으로 성행했다. 이후 SW 업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지만 밀어내기가 사실상 분식회계와 마찬가지여서 극히 꺼리는 상황이었다. 어도비 사례는 장기간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피해 액수도 적지 않아 충격을 준다.

밀어내기는 당사자와 유통업체 간 시시비비를 떠나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밀어내는 당사자는 당장은 손쉽게 매출을 부풀릴 수 있겠지만 그에 따르는 후유증이 너무 크다. 유통업체도 악성 재고만 쌓여 재정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시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질 매출이 아닌 거품 매출이 횡행하면서 정확하게 시장을 보는 눈을 가리게 된다. 두 업체 모두 잘못이지만 밀어내기를 시도하는 업체가 솔선수범해서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 갑을 관계에 있는 유통 업체는 마지못해 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뻔히 결과를 알면서도 우월한 지위 때문에 피해가 우려돼 제품을 떠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밀어내기와 같은 편법 행위가 극성을 부릴수록 시장은 혼탁해진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시장마저 비정상으로 돌아간다면 경제 역동성은 더욱 움츠려들 수밖에 없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