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에 투하한 관세 폭탄 타격 대부분을 중국이 떠안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유럽의 경제연구기관인 '이콘폴 유럽'은 19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무역 전쟁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관세비용을 훨씬 많이 치를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는 미국이 중국 수입품에 부과한 25% 고율 관세에서 미국의 기업과 소비자는 4.5%만 떠안고 나머지 20.5%는 중국 생산업체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네딕트 졸러-리드젝, 가브리엘 필버마이르 등 보고서 저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통해 원하는 바를 성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세가 부과되는 중국 상품의 대미 수출이 3분의 1 이상 줄고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17% 감소할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저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의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고율 관세를 부과할 때 가격에 대한 수요의 탄력성이 가장 크거나 대체재를 매우 쉽게 찾을 수 있는 품목을 골랐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에 따라 고율 관세가 부과된 중국 제품들이 대부분 다른 제품으로 대체되거나 수출업자들이 구매자를 유지하기 위해 억지로 가격을 깎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해설했다.
보고서는 “미국 정부는 관세를 부과할 중국 제품을 전략적으로 선정함으로써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 상당한 후생 증가까지 창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장 가격이 지불 의향이 있는 가격보다 낮으면 소비자 후생은 커진다.
미국과 중국은 현재 각각 2500억 달러(약 282조원), 1100억 달러(약 124조원) 규모의 상대 수출품에 고율 관세를 물리는 무역 전쟁을 치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부과한 2000억 달러(약 225조6400억원)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올해까지 10%로 유지하다가 내년부터 25%로 인상할 계획이다.
미국은 추가로 2천670억 달러(약 301조2000억원) 규모의 중국 제품에도 25% 관세를 부과해 사실상 중국 수입품 전체로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관세의 비용 대부분을 중국에 떠넘길 뿐만 아니라 184억 달러(약 20조8000억원)에 이르는 관세를 거둬들일 것으로 추산했다.
무역 전쟁이 계속 악화하면 미국이 누리는 현재 우위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진단도 뒤따랐다.
보고서는 “무역분쟁이 악화하면 미국 정부가 (가격에 대한) 수입 탄력성이 높은 상품을 고르는 게 제한될 것”이라며 “관세효과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더 많이 전가되면 미국의 후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만나 고율 관세 현안을 비롯한 통상갈등에 대한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