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 "대량 증거확보했다" 최종 조사 결과 전 제재부터 예고
중국이 반독점 위반 혐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제재를 시사해 파장이 우려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결과를 통보 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지만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18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대한 반독점 위반 제재를 강하게 시사했다.
반독점 조사를 실시한 당국자가 16일 “대량의 증거를 확보했다”며 “3개 회사에 대한 반독점 조사는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힌 것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에 대한 중국의 반독점 조사는 5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메모리 가격 인상과 공급 부족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게 발단이 됐다. 이후 중국 당국은 가격담합·끼워팔기 등 반독점 위반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조사 사실이 이번에 공식 확인됐다.
조사 당국자 발언은 중국이 위법 행위를 입증할 증거를 발견해 제재를 앞두고 있음을 대외 알린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 당국은 구체적인 증거를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조사 결과가 통보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양사 모두 “조사와 관련해 중국 당국으로부터 전달 받은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최종 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은 제재 가능성부터 예고한 셈이다. 이에 일각에선 중국이 다른 의도를 품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다음달 1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D램 업체인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언급,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의도란 분석이다. 또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는 의도에서 해외 반도체 업체에 대한 견제를 더 노골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의 움직임은 한국 반도체 업계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무역전쟁을 벌이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맞서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29일 푸젠진화반도체와 미국 기업의 거래를 제한했다. 푸젠진화는 중국의 대표적인 D램 업체다. 미국 반도체 장비가 없으면 공장을 가동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렇다 할 대응을 못하고 있다. 중국의 반독점 위반 조사가 알려진 6월 산업통상자원부와 반도체 업계는 회의를 열었지만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현재 상황에 이르게 됐다.
중국 당국이 반독점 조사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제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만큼 긴장을 놓기 힘들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결과가 나온 것이 없기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은 없지만 발언이 나온 배경 등 구체적 상황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중국 일부 언론에선 반독점 위반으로 과징금 규모가 최대 80억달러(약 9조원)에 이를 것이란 보도도 나오고 있다. 제재가 현실화하면 국내 기업 피해가 상당할 전망이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