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연결되고 기록된다. 올해 해외 개봉 영화 '아논(ANON)'에서는 사람 눈을 통해 모든 것이 기록되고, 기록을 네트워크로 실시간 공유해 범죄 수사에 활용하는 미래 사회 모습이 그려졌다. 미래 이야기 같지만 이와 유사한 시나리오가 이미 정보통신기술(ICT)로 구현돼 우리 삶 곳곳에 적용되고 있다.
감시와 기록용으로만 사용돼 온 폐쇄회로(CC)TV는 ICT 융합 기술 옷을 입고 진화하고 있다. 도시 곳곳에 설치된 고성능 카메라는 촬영 영상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실시간 분석, 스스로 범죄 현장을 인지하고 범인 얼굴을 판별해 낸다.
카메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돼 전국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주요 기관에 전파, 신속한 상황 대응을 가능하게 해 준다. 이보다 진화해서 딥러닝 기술로 인간 동작을 이해하고 이미지화된 이상행동 정보를 기반으로 특정 인물의 행동과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예측하는 기술까지 가능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그야말로 '세상을 보는 눈'으로 진화했다.
실제로 이렇게 진화된 모습의 CCTV는 세계 각국에서 범죄 상황 분석 활용을 넘어 다양한 장소와 상황 등 사회 곳곳에 적용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주요 도시에 약 2000만대 안면 인식 기술을 적용한 AI 카메라를 설치, 범죄 용의자 체포에 활용하고 있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 경기에서는 티켓 판매 때 구매자 얼굴을 등록한 후 입장 시 경기장 입구에 설치된 CCTV로 입장객 얼굴을 인식, 입장 권한을 확인하는 자동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국내에서도 공공기관, 산업계 중심으로 지능형 CCTV 활용이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도시 곳곳에서 발생하는 배회·침입·유기 등 각종 상황을 분석하고 사고 발생 시 경찰서·소방서에 즉시 알리는 지능형 CCTV 시스템을 구축, 더욱 안전한 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작업 환경과 공정 과정을 실시간 분석하는 지능형 CCTV 시스템을 도입, 작업자 안전과 공정 효율을 높이고 있다.
기업도 보안과 통신업계 중심으로 앞 다퉈 다양한 지능형 CCTV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KT는 지난해 출시한 지능형 CCTV 기가아이즈를 통해 실시간 침입 탐지와 긴급 출동 서비스 연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가아이즈 영상 분석 기술은 매장에 방문한 고객 수, 고객 체류 시간 등을 분석해 마케팅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CCTV 진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AI 옷을 입고 진화한 CCTV는 이제 5세대(5G) 이동통신을 만나 한 번 더 진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다가올 5G 시대에는 5G의 초저지연·초고속 특성을 기반으로 고성능 CCTV가 촬영한 대용량 초고화질(UHD)급 영상을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할 수 있다.
5G 초연결성 기반으로 각종 센서·드론·자동차 등 이종 디바이스와 무한대 연결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5G 기반 융합 서비스와 연계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스마트 시티 구현에도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CCTV에만 국한한 이야기가 아니다. ICT와 진화하는 각종 서비스는 생활 속에 스며들어 우리의 삶 또한 진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변화해 가는 우리 삶의 모습은 어느덧 영화 속 미래를 많이 닮아 가고 있다. 5G 시대를 앞둔 지금 마치 '지나간 미래의 날들(Days of future passed)'을 보는 듯하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사장) osm@k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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