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차 성장세가 가파르다. 우수한 효율성과 경제성을 바탕으로 올해 국내에서 7만대 이상 팔렸다. 하이브리드차를 전면에 내세운 토요타도 수입차 시장에서 질주하고 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1만3334대가 판매되며 전년보다 20% 이상 성장했다.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배출가스와 연비 면에서 강점을 지녔다. 정차나 저속 주행 시 전기모터를 사용해 정숙성도 우수하다. 그러나 대다수 하이브리드차가 효율에 개발 초점을 맞추다 보니 운전 재미는 부족한 편이다.
이번 시승차는 편견을 깨트렸다. 시원스러운 가속력이 인상적이었고, 고속 안정감도 뛰어났다. 연비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도 기대 이상의 효율성을 보여줬다. 서울 잠실에서 강원 영월을 왕복하는 360㎞ 구간에서 토요타가 최근 출시한 5세대 아발론 하이브리드를 체험했다.
먼저 외관을 둘러봤다. 아발론 하이브리드는 기존 세대보다 몸집을 키워 안정적인 비율을 연출했다. 차체는 전장 4975㎜, 전폭 1850㎜, 전고 1435㎜, 축간거리 2870㎜로 넉넉한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같은 차급인 현대차 그랜저보다 약간 길고 낮은 편이다.
디자인 콘셉트는 차량 성능을 미적으로 표현한 '테크니컬 뷰티(Technical Beauty)'다. 전면은 커다란 그릴은 날렵함을 나타내고, 풀 LED 헤드램프는 또렷한 인상을 완성한다. 후면은 길다란 테일램프가 인상적인데, 제동 시 차체 끝부분 램프만 점등됐다.
실내는 운전석과 동반석이 명확하게 구분한 간결한 디자인이다. 위로 솟아 오른 듯한 독특한 센터패시아에는 9인치 디스플레이, 공조장치가 자리했다. 조작이 간편한 내비게이션은 여러 토요타 차량에 장착돼 성능을 입증한 맵퍼스 아틀란 제품을 탑재했다.
차체가 커진 만큼 뒷좌석에 앉아보면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머리와 무릎 공간 모두 넉넉하고, 시트 재질감과 쿠션감도 좋아 편안했다. 도어 트림과 팔걸이, 센터콘솔 등 몸이 직접 닿는 부위에는 소프트 패드를 넣어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바늘이 움직이는 것으로 시동이 걸렸음을 알 수 있다. 정차나 저속 주행에서는 엔진 대신 전기모터 구동을 최대로 활용한다. 시승차는 178마력을 발휘하는 직렬 4기통 2.5ℓ 가솔린 엔진에 88㎾ 전기모터를 조합했다. 시스템 총출력은 218마력, 최대토크는 22.5㎏·m이다.
저속 구간에서는 전기모터 사용 비중이 높았다. 가파른 주차장 출구를 엔진 개입 없이 거침없이 오르며 전기모터의 경쾌한 힘을 보여줬다. 자동차 전용도로에 진입해 속도를 높이면 곧바로 엔진이 힘을 보태며 시원스럽게 가속을 진행했다.
이번 시승은 연비를 신경 쓰지 않고 주행했다. 고속 구간에서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를 스포츠로 바꾸니 변속 시점을 다소 늦춰 가속 반응이 한결 빨라지면서 운전대가 살짝 무거워졌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는 즉시 차량은 매끄럽게 속도를 높였고, 꾸준한 가속 반응이 한계치까지 이어졌다.
급격한 코너에서도 날렵하게 움직였다. 파워 컨트롤 유닛과 시트,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낮게 위치시켜 중심고를 낮춘 영향이다. 전류구동 차량임에도 차량 좌우 흔들림(롤링)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단단한 느낌을 주는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더블위시본 방식을 채택했다. 노면으로부터 충격이나 진동을 잘 걸러냈다.
정숙성은 괜찮은 편이다. 흡음재를 곳곳에 넣고, 차체 바닥면에 진동 댐핑 코팅을 적용하는 등 소음·진동(NVH) 성능 확보에 심혈을 기울인 덕분이다. 다만 차량 자체가 정숙한 탓인지 고속 주행 시 실내로 유입되는 타이어 소음이 크게 느껴졌다. 시승차에 장착한 타이어는 브리지스톤 사계절용 제품이다.
효율성도 기대 이상이다. 도심과 고속도로 구간을 스포츠 모드로 마음껏 달린 후 트립 컴퓨터로 확인한 평균 연비는 16㎞/ℓ에 달했다. 공인 복합 연비 16.6㎞/ℓ와 비슷한 수치였다. 에코 모드로 주행한다면 공인 연비 이상도 가능해 보였다.
이날 시승한 아발론 하이브리드 가격은 4660만원으로, 기존 4세대 아발론 가솔린 모델(4730만원)보다 오히려 저렴하다. 캠리 하이브리드(4190만원)와 렉서스 ES300h(5710만~6640만원)를 고민했던 소비자라면 아발론 하이브리드는 충분히 합리적인 대안이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