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핵심 역량이 되는 SW를 모르면 앞으로 개인이든 국가이든 생존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으나, 국내 SW산업의 국제경쟁력은 아직 취약한 상태이다. 2017년 현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하드웨어 산업이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하며 1,254억 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한 것과 달리 SW 산업의 수출액은 112억 달러로서 글로벌 SW 시장의 1.0%를 차지했을 뿐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더욱 복잡화하고 대형화하는 SW의 변화에 발맞추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SW를 체계적으로 개발, 관리하는 SW 프로세스 기술의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SW 프로세스의 품질평가 기준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CMMI는 최근 3년간 전 세계에서 7,525건의 인증 사례가 보고되었으며, 국내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102건이 인증되었다.
주목할 점은 SW 선진국인 미국과 인도가 전통적으로 최다 인증 사례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중국이 전체 인증 사례의 55.9%인 4,209건을 차지할 정도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저품질 공산품 생산 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한 기업역량 강화정책의 일환으로 SW 사업자 등록기준을 마련하고, SW 사업자에게 제품 및 서비스의 품질 보장 체계를 갖추도록 요구하였다. 그 결과 중국은 세계 1위의 SW 역량을 확보하게 되었고 2017년 현재 5조 5천억 위안 규모의 SW 산업을 중심으로 거대한 일자리 창출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반면에, 국내 SW 시장을 보면 SW 개발 및 관리 사업체는 총 7,383개로서 매출액 800억 원 미만 중소기업이 99.5%이며, 5억 미만의 영세한 사업체는 65.7%인 4,830개이다. SW 분야 중소기업들이 고비용의 CMMI를 대신하여 저비용으로 SW 프로세스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국내 SP 인증 제도가 2009년에 도입되었으나, 최근 9년간 SP인증을 받은 기업이 인증 대상의 1.5%인 110건에 불과하다는 점은 시급히 개선될 점으로서 지난해 국감에서도 지적된 바가 있다.
양질의 일자리와 SW 기업의 프로세스 품질 역량을 강화하도록 SP 인증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넘어야 할 3개의 고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첫째, SP 인증 대상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SP 인증에 참여하는 동인을 마련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기술성 평가 우대 등 현재 SP 인증 기업에게 제공하는 제도적 혜택을 SP 인증 등급별로 기업에게 보다 다양하고 실질적인 혜택이 가도록 강화하고, SW 사업을 위한 최소 역량 기준을 마련하여 실력 있는 SW 기업들이 우대받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SP 인증 수요자인 기업들의 의견 수렴과 정기적인 수요 분석이 필요하다.
둘째, SP 인증 제도와 성공사례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연간 SP 인증 신청기업이 인증대상 기업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은 SP 인증 제도와 SP 인증 획득 효과가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것이 이유이다. SW 개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발간되는 정기 소식지와 SW 관련 홈페이지에 SP 인증과 지원제도, SP 인증 추진의 성공사례에 대하여 소개하고 널리 알려야 한다.
끝으로 SP 인증의 연구 개발과 확산을 이끌어갈 SP 인증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1993년 발표된 SW 개발 CMM 1.1은 CMMI 1.0을 거쳐 SW의 개발, 운영, 획득, 인력 등에 각각 특화된 CMMI 2.0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반하여, 2009년에 발표된 국내 SP 인증은 아직 SW 개발 CMM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SP 인증 제도 및 기법을 발전시키고 성과를 분석하는 연구도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이다. SP 인증 거버넌스가 만들어지면 SW 관련 정부부처는 물론 학계와 산업계, SP 인증 전문가 단체 등이 폭 넓게 참여하여 SP 관련 정책과 기술을 논의하여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18년 만의 SW산업진흥법 전부개정 추진과 함께 SW기술성평가기준의 개정을 통하여 양질의 일자리와 올바른 사업 대가, 그리고 실력있는 기업에 대한 우대혜택을 위한 과기부와 국회의 노력이 상당한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된다. 모쪼록 국내 SP 인증 제도가 활성화됨으로써 아직 취약한 국내 SW 산업이 클라우드를 비롯한 수많은 글로벌 IT서비스 수출 시장을 선도하도록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권호열(강원대 교수/SW엔지니어링진흥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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