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그룹 전문경영인 평균 재임기간이 3.3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별로는 한국투자금융이 가장 길고, KT와 포스코가 2년 남짓으로 가장 짧았다. 고 이인원 롯데쇼핑 전 부회장이 19년으로 가장 긴 기간 전문경영인으로 재임했고, 이윤우 삼성전자 전 부회장과 이상운 효성 부회장도 15년 넘게 전문경영인으로 일했다.
14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30대 그룹 계열사 26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오너를 제외한 전문경영인(대표이사) 재임기간이 평균 3.3년으로 나타났다. CEO스코어는 2008년 1월1일 이후 10년여 간 퇴임한 743명 대표이사 재임기간을 전수 조사했다. 이중 절반인 404명(54.4%)은 등기임원 임기 3년도 채우지 못했다.
대표이사 재직기간이 가장 긴 곳은 한국투자금융그룹이다. 지난 10년 간 퇴임한 대표이사가 한 명도 없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11.8년째 연임하고 있다. 2014년과 2016년에 계열 편입된 한국투자캐피탈과 드림라인의 오우택 대표(4.0년), 김창호 대표(0.7년)도 아직까지 재직한다.
OCI(5.9년) 금호아시아나(5.1년), KCC(5.0년)도 계열 대표이사 평균 재임기간이 5년을 넘었다. LG(4.9년), 대우조선해양(4.6년), 롯데(4.5년), 영풍(4.1년), 현대백화점(4.0년) 등도 대표이사 재임기간이 4년을 넘어 긴 축에 속했다.
교보생명그룹은 전문경영인 평균 재임기간 1.2년으로 가장 짧았다. 하지만 교보생명그룹은 사업보고서 제출 기업중 전문경영인을 둔 곳은 교보증권 한 곳뿐이다. 박창배 전 대표 1명이 2007년 4월부터 2008년 6월까지 1.2년 재임해 발생한 착시다. 이후 바통을 넘겨받은 김해준 현 교보증권 대표는 10.4년째 재임한다.
CEO스코어는 사실상 대표이사 재임기간이 가장 짧은 곳은 KT라고 분석했다. KT는 지난 10여년 간 39명 대표이사가 평균 2.1년 재임 후 퇴직했다. 포스코와 CJ 역시 대표이사 평균 재임기간이 2.2년에 불과했다. 민영화한 KT와 포스코는 정치적 외풍으로 인해 대표이사 평균 수명이 짧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 농협(2.3년), 미래에셋·현대자동차(각 2.9년) 등이 3년이 채 안됐다.
개인별로는 이인원 롯데쇼핑 전 부회장이 19.0년으로 가장 길었다. 이윤우 삼성전자 전 부회장(17.0년), 이상운 효성 부회장(15.1년)도 15년을 넘긴 장수 CEO였다. 이어 엄수명 삼광글라스 전 대표(14.0년), 주원식 코리아오토글라스 부회장(13.6년), 김징완 삼성중공업 전 부회장(12.2년), 김명수 영풍 부사장(12.1년)이 재임기간 10년을 넘겼다.
반대로 1년도 못돼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초단명 CEO'도 조사대상의 10%가 넘는 106명(14.3%)이나 됐다.
권혁민 진에어 전 대표가 대표 예다. 권 전 대표는 한진그룹 총수일가 논란이 일던 지난 5월10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이어 대표이사로 취임했지만 40여 일만에 일신상 사유로 사임했다.
현직 대표이사 재직기간 평균은 교보생명그룹이 평균 10.4년으로 가장 길었다. 한국투자금융그룹 5.5년, OCI 5.0년, KCC 4.4년, 현대백화점 4.3년, 효성 4.1년 순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부영은 보고서 제출 기업이 한 곳도 없어 제외했다. 2008년 이후 계열 편입된 회사는 계열편입일 이후 선임된 대표이사로 한정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