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은 불화수소를 물에 녹인 액체다. 불화수소는 수소원자 하나와 불소원자 하나가 만나 이뤄진 분자다. 끓는점이 19.5도로 낮아 액화되기 쉽다. 불화수소는 물과 잘 섞이기 때문에 가스를 마시면 기관지와 폐 조직에 금방 흡수되고, 불산이 된다.
불산은 반도체 웨이퍼 세척에 쓰인다. 반도체 세정액은 불산을 섞어 만든다. 불산은 금이나 백금을 제외한 금속 대부분을 녹일 정도로 부식성이 강해서 실리콘 웨이퍼 불순물 제거에 활용된다.
최근 불산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불산 부족은 반도체 제조 차질로 이어진다. 불산 부족 이유는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수요가 늘어났지만 불산 원재료인 형석은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세계 형석 생산량 가운데 50%를 차지하는 중국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형석 생산량을 줄였다.
불산은 17세기에 처음 발견됐다. 금속 제련을 쉽게 해 주는 광물을 발견, '플루오레스'라는 이름에서 시작했다. '흐르다'는 뜻 라틴어 '플루에레(fluere)'에서 따온 말이다. 이 광물 이름이 플로라이트(fluorite), 즉 형석이 됐다. 독일 유리 장인 하인리히 슈반하르트가 형석이 황산에 녹으면서 변한 산을 불산(fluorine)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는 불산 유독성이 알려지지 않아 화학자들은 건강을 잃었다. 심지어 프랑스 화학자 제롬니클레는 불산가스를 과도하게 흡입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불산에서 불소를 분리하려다가 숨진 화학자를 기려 '불소 순교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불산이 위험한 건 산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불화수소 대부분이 불소이온으로 해리되지 않아 조직에 침투하기 쉽기 때문이다. 불소이온이 뼈에 도달하면 칼슘을 빼낸다. 불소이온과 뼈 칼슘이온이 만나 생기는 염 화학식은 CaF2, 즉 형석이다. 몸 안에 미세한 돌가루가 쌓이는 셈이다.
형석이 쌓이면 체내 칼슘이온과 마그네슘이온 농도가 떨어지면서 몸에 이상이 생긴다. 체내에서 중요한 생리작용을 하는 칼슘이온이 결핍된다. 결국 불산이 체내로 들어와 칼슘이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호흡 근육이 굳어져 질식사하게 된다.
이런 불소는 사실 불소이온 형태로 사람 몸에 꽤 많이 존재한다. 혈액 불소 농도는 약 0.5ppm, 연조직은 약 0.05ppm이다. 뼈에는 200~1200ppm이 들어 있다. 다 합치면 3~6g이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