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이 40년동안 묵은 칸막이식 건설업계 업역규제를 2021년부터 풀기로 전격 합의했다.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 관련 노조는 7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건설 업역 규제의 단계적 폐지를 골자로 한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로드맵'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1976년 전문건설업이 도입된 후 지금까지 종합·전문업체의 업무영역을 법령으로 제한하는 생산구조를 유지해 왔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종합업종은 2개 이상 복합공사에 대해 종합적 계획·관리·조정을 맡으면서 시공하고, 전문 업종은 시설물의 일부 또는 전문분야를 시공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제는 오히려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종합·전문 시공자격을 엄격히 제한하는 건설업역 규제는 1976년 도입된 이후 페이퍼 컴퍼니와 수직적인 원·하도급 등 많은 부작용의 원인이 됐다. 종합업체는 시공 기술을 축적하기보다는 하도급 관리나 입찰 영업에 치중하면서 실제 시공은 하도급 업체에 의존했다. 1만1000개 종합 건설업체가 난립했으나 이 중에는 인력이나 기술도 없이 업체 영업만 하는 '페이퍼 컴퍼니'가 속출했다. 전문 업체는 사업물량 대부분을 종합업체의 하도급에 의존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 외국은 종합·전문간 도급 제한이 없다. 발주자가 자율적 판단에 따라 건설업체를 선택할 수 있다.
국토부는 업역 규제를 2021년 공공 공사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상대 업역에 진출하는 경우 직접 시공을 원칙으로 하도록 했다. 건설업계의 특성상 예외적으로 하도급을 인정하더라도 일정 비율은 직접 시공하도록 비율규제를 둘 방침이다.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2년간의 유예기간을 뒀다. 2021년 공공공사부터 시작해 2022년에는 민간까지 확대한다. 영세 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 종합업체의 2억원 미만 전문공사 수주 등은 2024년 이후부터 가능하도록 했다.
업종 체계 개편도 업역 규제 폐지와 맞물려 추진된다. 업역 간 칸막이가 없어지는데 전문 건설사 업종은 29개로 너무 세세하게 쪼개져 있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업역 폐지가 공공공사에 적용되는 2021년부터 전문 건설사가 종합공사 도급을 할 수 있도록 29개 전문 업종을 10개 내외의 대업종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종합은 구조물별로, 전문은 세부 공종별로 공사 실적과 전문인력, 처분이력 등을 검증 후 공시하는 '주력분야 공시제'도 도입된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