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진로체험버스 따라 농촌에서도 "로봇컨설턴트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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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컨설턴트, 어렵지만 재미있는 일 같아요”

공주시를 가로지르는 금강변에 위치한 충남 공주시 우성면. 이곳에는 인근 면 단위 학교 가운데 가장 많은 학생이 재학 중인 우성중학교가 있다. 진로체험버스가 학교를 방문한 지난 26일, 1학년 학생은 로봇컨설턴트라는 미래 직업을 가상현실(VR) 기기로 체험해 봤다.

VR 기기에 어색해 하던 학생들이 이내 가상 화면 속 마우스를 이리 저리 작동하면서 로봇컨설턴트 게임을 완료해 간다. 이동지원로봇에게 필요한 것은 공간을 인지하는 능력, 가사지원 로봇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 능력 등 로봇의 차이를 알아가는 게임이다. 어떤 분야에 어떤 로봇이 필요할지 설계하고 매칭해 주는 역할을 하는 로봇컨설턴트. 일일 교사의 설명과 동영상만으로는 이해가 잘 되지 않던 로봇컨설턴트 직업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깨달아간다.

1학년 심지윤 학생은 “얼마 전에는 향수를 만드는 일도 체험했고, 다양한 직업을 체험해 볼 수 있어 신난다”면서 “이렇게 학생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학교 1학년 학생은 창의체험과 진로체험 시간을 합쳐 1주일에 2시간씩 여러 직업을 체험해 본다. 체험을 위해 외부 기관을 방문하기도 하고, 진로체험버스를 신청해 찾아오는 진로 체험 교육을 받기도 한다. 진로전담 조은률 교사는 자유학기제 동안 학생이 자신의 진로를 고민해 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진로체험 전산망을 통해 정보를 찾는다. 조 교사는 학생에게 로봇·드론 등 미래 직업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진로체험버스를 신청했다. 그는 국어 교사에서 전과해 진로전담 교사를 맡고 있다. 학생들이 진로가 명확하지 않으니 목표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진로 고민을 도와주기 위해 전과를 선택했다.

조 교사는 “체험학습을 통해 마을을 처음 벗어났다는 학생도 있었다. 도시에서는 부모와 함께 체험해 볼 수 있는 환경이 많지만, 인프라가 없는 시골일수록 진로 체험학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에는 체험할 곳이 없이 공공기관을 찾아다니면서 체험 좀 하게 해달라고 부탁해서 체험 환경을 만들었다”면서 “지금은 찾아오는 프로그램도 있고, 기술도 발전해 학생이 체험할 프로그램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도시와 달리 농·산·어촌 학생은 개별적으로 진로를 체험하는 기회를 갖기 어렵다. 각종 직업 체험 시설은 모두 수도권에 몰려있다. 하지만 지방 특히 농·산·어촌 학생에게도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바로 VR나 온라인 같은 에듀테크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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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교육과정 덕에 우성중학교는 공주 면단위 학교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유지했다. 현재 학생수는 100여명이다. 그 중 절반은 우성면 학생이지만, 나머지는 좋은 교육과정을 찾아 우성중으로 왔다. 학교는 인근 지역 학생을 위해 통학버스도 운영한다.

많은 것을 체험하는 학생이어서인지, 학생들의 표정에는 자신감도 보인다. 보는 외부인들에게도 먼저 다가가 밝게 인사한다. 학생들의 유대감도 돋보인다.

교육용 직업 체험 VR 콘텐츠를 제작한 임세라 마블러스 대표는 “VR는 농·산·어촌 학교에서 미래 직업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술”이라면서 “지역과 거리에 관계없이 소외되지 않고 다양한 커리큘럼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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