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악의 대기오염에 시달리는 인도 수도권(델리-NCR)에서 각각 10년과 15년 이상된 경유(디젤)차와 휘발유차의 운행이 전면 금지된다.
30일(현지시간) 인도 힌두스탄타임스 등은 인도 대법원이 전날 "수도권 대기오염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델리 정부에 이 같은 조치를 즉시 취하라고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대법원은 아울러 이번 조치와 관련해 적발된 노후 차량은 정부에 압수되며 관련 명단도 공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또 중앙오염통제위원회(CPCB)에 대기오염과 관련해 주민이 직접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대법원의 이번 명령은 정부에 대기오염 문제를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청원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와 함께 뉴델리 당국은 대기오염 악화와 관련해 파이프천연가스(PNG) 시설을 구비하지 않은 113개 산업시설에 가동중단 명령을 내렸다고 PTI통신은 보도했다.
앞서 지난 27일 인도 환경당국은 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해 다음 달 1일부터 10일까지 수도권 내 땅파기를 포함한 모든 건설현장 공사를 중단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해마다 겨울철만 되면 세계 최악 수준의 스모그에 시달리는 뉴델리가 미세먼지를 줄이고자 가능한 방안을 총동원하는 것이다.
뉴델리 인근 여러 주에서는 농부들이 추수가 끝난 후 논밭을 마구 태우는 바람에 엄청난 재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스모그는 공중을 떠돌다가 뉴델리 대기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여기에 낡은 경유차가 뿜어내는 매연, 도심 빈민이 난방과 취사를 위해 타이어 등 각종 폐자재를 태운 연기 등이 더해지고 있다. 11월 초에는 힌두교 디왈리 축제를 전후해 곳곳에서 터지는 대규모 폭죽으로 먼지가 무더기로 쏟아져 대기오염 상황은 최악 상황으로 치닫는다.
지난해 11월 초에는 뉴델리 일부 지역의 PM10(지름 10㎛ 이하인 미세먼지) 농도가 1천39㎍/㎥를 기록,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 50㎍/㎥의 20배를 넘기도 했다.
이달 중순 들어 뉴델리 공기 질 지수(AQI)는 수시로 300∼500대를 넘기며 시민에게 공포감을 안기고 있다.
AQI 지수는 201∼300은 '나쁨', 301∼400은 '매우 나쁨', 401∼500은 '심각'을 뜻한다.
최근 WHO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인도에선 5세 이하 어린이 10만 명 이상이 공기 중 유독 물질 때문에 숨졌다. 힌두스탄타임스는 "이 같은 어린이 사망자 수는 전 세계 194개국 가운데 가장 많다"고 경고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