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국내 정보기술(IT) 대기업의 연이은 호실적에도 국내 주식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발 주가폭락과 외국인 매도세, 반도체 고점 논란을 둘러싼 증권가 안팎의 우려가 맞물리며 시가총액 상위 기업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약세장 진입에 대비해 낙폭이 큰 IT업종 등의 종목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5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 대비 2000원(3%) 하락한 6만4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이날 매출 11조4168억원, 영업이익 6조4724억원이라는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연거푸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지난 5일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1550원(3.64%) 하락한 4만1000원으로 최근 1년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LG전자 역시 이날 매출 15조4270억원, 영업이익 7488억원이라는 역대 3분기 중 최고기록을 세웠지만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LG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2.79% 하락한 6만2700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호실적에도 국내 주요 기업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한 이유는 최근 들어 이어진 외국인 매도세가 결정적이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락, 신흥국 위기설,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약세 등도 외국인의 대형주 매도세를 부추겼다.
증권가에서도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 대형주의 주가 부진을 외국인의 셀코리아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일각에서 불거진 반도체 고점 논란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하락세는 업황 자체의 문제보다는 미·중 무역분쟁이 가져온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며 중국내 세트 업체의 MCU 재고조정이 발생했지만 빠른 시일내 정상화될 것”이라며 “반도체 업종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4.28포인트(1.63%) 하락한 2063.30을 기록하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사흘 연속 하락 행진이다. 고점 대비 마이너스 20% 수준인 약세장 진입선까지 뚫고 내려갔다.
대형주를 중심으로 국내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 등 패시브 자금이 연이어 증시에서 이탈한 결과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기업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2010년 이후 최저 분기실적을 공시한 현대차, 4분기 연속 실적이 감소한 네이버의 주가는 각각 5.98%, 6.30%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20개사 가운데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장화탁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현 지수는 이미 경기나 펀더멘탈 상의 악재를 충분히 반영한 수준”이라며 “상승 모멘텀은 불확실하지만 현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면 코스피 2000∼2050선에서는 많이 떨어진 종목을 저가 매수하는 기회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