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개인방송까지 규제 '역차별'이 확장됐다. 국내 기업이 규제를 강하게 받는 사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활동한 글로벌 기업이 한국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렸다. 시청자 수 등 일부 항목에서는 이미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트위치, 유튜브 같은 글로벌 인터넷 스트리밍 업체들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트위치는 아마존 계열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다. 유튜브는 구글이 운영하는 동영상 플랫폼이다.
트위치는 국내 기업이 도입한 1일 한도 제한보다 8배 가까운 규모로 스트리머 후원이 가능하다.
아프리카TV는 BJ 후원한도가 과하다는 정치권 지적에 따라 3000만원으로 운영하던 '별풍선(아프리카TV 후원단위)' 일 한도 규모를 올해 6월 1일부터 100만원으로 축소했다.
별풍선과 같은 트위치 도네이션은 계정 당 하루 50만비트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트위치는 2만5000비트를 12% 할인을 적용해 338.8달러에 판매한다. 하루 6776달러(766만원)를 스트리머에게 후원할 수 있는 셈이다.
트윕, 투네이션 같이 트위치와 유튜브에 추가할 수 있는 스폰서 서드파티 플랫폼도 약관상 성인 대상으로 결제 한도를 따로 제한하지 않는다. 정치권은 이들 기업에 대해 결제한도 제한 등 요구를 한 적이 없다.
유해 콘텐츠 감시도 허술하다. 유튜브와 트위치 모두 성폭력을 조장하는 콘텐츠를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만 이를 제대로 관리하는지 검증된 적이 없다.
유튜브에서 'sexy+twitch'란 조합 검색어를 적용하면 트위치에서 방송한 자극적인 콘텐츠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스트리밍 업체 플랫폼은 청소년들이 보는 방송에서 담배를 피거나 술을 먹어도 아무런 제재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유튜브 충성 사용자 33.5%가 10대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2017년 국정감사에 출석해 “유튜브 내 선정성 지적에 대처가 어렵다”면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트위치는 선정성과 폭력성이 있는 스트리밍 방송을 진행하는 경우, 지식재산권(IP)을 침해하는 경우 등 게시 중단이 가능하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정치권의 정당한 요구에도 묵묵부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달 유튜브에서 유포되고 있는 100여건 허위조작정보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구글코리아는 이를 거절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허위조작정보특위 위원장은 23일 “명백히 국내법 위반 소지가 있는 104개 콘텐츠에 대해 구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 위배되는 내용은 삭제해 줄 것을 협조 요청했는데 구글 코리아는 '위반 콘텐트가 없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글로벌 서비스들은 규제 사각지대를 틈 타 급성장했다. 와이즈앱 올해 2월 앱 분석에 따르면 트위치 월 사용자수는 최근 2년 사이에 8배 증가했다. 2년 만에 국내 최대 개인방송 플랫폼인 아프리카TV 시청자 수 5% 수준에서 57% 수준까지 따라왔다.
10월 열린 롤드컵 8강 경기를 중계한 트위치 'LCK_Korea' 채널 국내 시청자수가 4만5000명이었던 반면 아프리카TV 모바일앱에서 가장 많은 시청을 한 'LOL_공식 채널' 접속 인원은 3만명에 그쳤다.
유튜브 국내 모바일 동영상 앱 시장 점유율은 이미 85%(와이즈앱 기준)로 독점에 가깝다. 국내 인터넷 방송 경쟁력이 글로벌 기업 서비스에 역전당한 것이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