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고용·투자 부진에 긴급처방…긴박함 보였지만 '설익은 대책'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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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가운데)이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근 고용·경제 상황에 따른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 사전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부가 24일 발표한 '최근 고용·경제 상황에 따른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은 시기상 다소 이례적인 대책이다.

1년간의 종합 경제정책을 담은 '경제정책방향' 발표가 두 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니 경제정책방향'이 나온 셈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부가 최근 고용·투자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정부는 민간·공공투자 확대, 규제혁신, 산업구조 고도화, 일자리 창출 등 종합 대안을 이번에 담았다. 유류세 인하, 유턴기업 지원 대상·규모 확대,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 등이 눈에 띈다.

그러나 상당수 사업은 세부 실행안을 담지 못하고 방향만 제시한 수준에 그쳤다. 일자리 대책도 근본 해결책 마련이 아닌 단기처방에 그쳐 아쉽다는 평가다.

◇계속된 투자·고용 부진…다급해진 정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소비는 견조하지만 민간투자가 급격히 위축되고, 고용은 하반기 한 자릿수 증가하며 어려움이 지속됐다”는 말로 경제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정부는 제조업 불확실성 확대, 반도체 투자 일단락 등으로 경제성장능력·일자리와 직결된 기업 투자가 감소세를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고용창출력이 높은 건설투자도 주거용 건물투자 둔화, 사회간접자본(SOC) 위축 등으로 부진하다는 분석이다. 7, 8, 9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각각 5000명, 3000명, 4만5000명에 그치는 등 고용난도 심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통상마찰,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 위험이 확대되면서 투자·고용은 더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이런 상황을 계속되게 놔두면 경제·고용 여건이 개선되기 어렵고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 전반을 심리적으로 반전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9월 초부터 대책 마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류세 낮추고, 유턴기업 지원

이번 대책은 △투자활성화 △혁신성장 △분야별 애로해소 및 일자리 지원으로 구성됐다.

'유류세 인하'가 눈에 띈다. 정부는 최근 국제유가,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 상승으로 영세 자영업자·서민의 부담이 높아진 점을 고려, 유류세를 6개월간 15% 낮추기로 했다. 유류세 인하가 100% 가격에 반영된다고 가정했을 때 휘발유·경유·LPG부탄 가격은 각각 7.3%, 5.8%, 3.2%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노동시장 관련 대책도 포함됐다.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거쳐 탄력근로 단위기간(현행 최대 3개월)을 확대하는 등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 방안 연내 구체화한다. 기업 근로시간 활용 유연성과 근로자 노동권 보호가 조화되도록 단위기간 확대, 임금보전 방안 등을 강구한다.

고 차관은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와 관련 “기업과 만났을 때 가장 빈번하게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 받았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당초 내년 예산안에 반영했던 일자리 안정자금 추가지원을 연내로 앞당겨 시행한다. 임금 지불 능력이 취약한 5인 미만 영세사업자에 대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추가 지원(1인당 월 13만원→15만원)할 방침이다.

투자 촉진을 위해 총 15조원 규모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10조원 규모 '산업구조 고도화 지원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재원의 8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에 지원해 시설투자를 돕는다. 산업은행·기업은행이 시설투자 소요자금의 80%를 대출·출자 등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중소기업은 필요시 100%까지 지원할 방침이다.

해외사업장을 국내로 이전하는 유턴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린다. 종전 중소·중견기업에 집중됐던 지원을 대기업까지 확대한다. 완전복귀가 아닌 부분복귀라도 입지·설비 보조금, 법인세 감면, 관세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큰 공공투자 프로젝트를 선정,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한다. 낙후 접경지역 개발을 위해 군사보호구역을 해제하고, 낙후지역 개발 시 부담금 감면 대상을 확대한다. 개발제한구역 내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설치제한도 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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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방향만 담은 '설익은 대책'…'단기 일자리' 지적도

정부가 이번 발표한 대책 상당수는 '향후 발표'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세부 계획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거나, 부처 간 조율이 미흡한 사업이 많았다는 의미다.

산업구조 고도화 지원 프로그램, 환경·안전투자 지원 프로그램, 산업구조 고도화 추진전략, 콘텐츠산업 진흥 종합대책, 관광산업 진흥 및 활성화 대책, 자영업 혁신 종합대책 등이 11월 혹은 12월 발표로 분류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은 부처간 의견 차이로 언제든 바뀔 수 있고, 발표 시기가 늦어질 수도 있다”며 “정부 설명대로면 불과 1~2개월 후 구체화 될 계획을 굳이 이번 대책에 담은 의미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 계획을 두고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 고 차관은 “여러 가지 가치가 개입된 문제로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다”며 “협의를 거쳐 연내 구체화 하겠다”고 말했다.

맞춤형 일자리 대책은 '단기 처방'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정부는 총 5만9000개 맞춤형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가운데 일부는 1~2개월짜리 '초단기 일자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부 예시를 보면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 소상공인 제로페이 시스템 홍보, 국립대 에너지 절약 도우미 등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는 일자리가 대다수다.

유류세 인하는 역진성·실효성 문제가 제기됐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목표를 '영세 소상공인, 서민 지원'에 맞췄지만 기름을 많이 소비하는 사업자에게 혜택이 더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정유사가 유류세 인하분을 가격에 반영할지도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런 우려를 감안, 정유사·주유소·충전소 업계 간담회에서 유류세 인하분의 신속한 반영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일별 가격보고제도를 이용해 주유소·충전소 가격에 유류세 인하분이 적시 반영되는지 모니터링한다.

고 차관은 “저소득층에게 더 혜택이 가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하지만 이 경우 시행이 복잡해진다”며 “국제유가가 올라서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가처분소득을 늘려 경기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부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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