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39>사이버 보안의 혁신기업 '타니엄'

타니엄(Tanium)은 기업 가치 65억달러로 사이버 보안 분야 선두 주자다. 전체 유니콘의 21번째 순위다. 타니엄의 혁신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캐피털 '앤드리센로 호로위츠'의 파트너 모임에서 제품 시연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타니엄 제품은 특정 기업이 활용하고 있는 모든 정보기술(IT) 자산의 연결 형태와 보안 취약성을 순식간에 가시화할 수 있다. 한 캘리포니아 병원 대상 시연에서 병원의 네트워크에 접속된 모든 기기의 보안 상태를 보여 줬다. PC, 노트북, POS 단말기는 물론 응급실의 심장박동 모니터 등 해커의 침입 경로가 될 수 있는 모든 단말기를 포함한다. 또 이 시연에서 파일 서버 가운데 4대가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 '드롭박스'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즉시 식별할 수 있었다. 의료 정보 관련 법률의 위반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시대에는 스마트 기기가 대중화되고 클라우드 서비스가 일반화되면서 전산망은 더욱 복잡해졌다. 회사 자산과 개인 IT 기기의 경계도, 내부 전산 자원과 외부 자원의 구분도, IT 기기와 일반 기기의 구별도 흐려지고 있다. 이런 전산 환경에서 타니엄은 모든 접속된 기기의 연결 상태를 한눈에 가시화하는 우수한 제품으로 고객을 유혹한 것이다.

이 회사의 혁신 핵심은 개인간(P2P) 기술이다. 기존 보안 제품은 대형 보안 서버를 설치하고 회사에 접속된 IT 기기를 일일이 등록하는 방식이다. 이에 반해 타니엄은 냅스터, 비트토렌토 등에서 활용된 P2P 기술을 활용, 연결망을 타고 가면서 기기들이 옆의 기기에 정보를 전달하며 모든 단말기가 정보를 수집해서 연결망으로 전달한다. 수초 만에 전체 네트워크의 구성을 가시화하는 신기술이다.

이런 정보 수집에 과거의 경쟁 제품은 최소 몇 시간에서 며칠씩 소요됐다. 이 때문에 실제 해킹이 발생할 때는 소용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타니멈은 힌다위 부자가 만든 회사다. 아버지 데이비드 힌다위는 이라크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어린 시절 이스라엘로 이민 가서 이스라일의 6일 전쟁에 공군으로 참전한 후 퇴역했다. 이후 미국 버클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당시 통신기기 모뎀을 만드는 창업을 했다. 이후 보안 업체 빅픽스를 설립했다. 이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 17살의 아들이 재능이 매우 뛰어난 프로그래머임을 알고 고용한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며 이미 대학 수업을 수강하던 천재 아들 오리온은 대학에 필요한 학점을 대부분 미리 수강하고 아버지가 다닌 버클리대에 입학했다. 부자는 2010년 빅픽스를 매각, 큰돈을 손에 쥐게 된다.

2007년 그들은 타니엄을 설립한다. 빅픽스에 근무하던 핵심 프로그래머 12명을 영입, 5년 동안 비밀리에 사이버 보안 제품을 개발했다. 완성된 제품으로 2012년 보안 분야 선두업체 맥아피의 유통망을 통해 영업을 시작했다. 그들의 제품 우수성에 자신감을 얻은 부자는 2년 후 맥아피와의 협력 관계를 정리하고 독자 영업을 시작했다.

이들 부자는 빅픽스 매각 대금으로 외부 자금의 수혈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앤드리센 호로위츠의 데모가 즉시 수백만달러의 계약으로 이어지면서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캐피털 회사가 계속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급성장을 하게 됐다. 회사일이 훨씬 재미있는 오리온은 끝내 대학을 중퇴하고 지금은 타니엄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기술경영자(CTO)직을 맡고 있다.

닷컴 시절에 큰 주목을 받은 새롬기술이 시작한 인터넷 전화 '다이얼 패드'는 실패했지만 P2P 기술을 채택한 스카이프는 크게 성공했다. P2P 기술은 오늘날 블록체인 기반 기술이 되고 있다. 사이버 보안에 이 기술을 접목하면서 타니엄도 주목받았다. 이렇듯 이미 알려진 시장에서도 규모가 커지고 사용자가 많아지면 한계에 도달하는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따라 병목현상이 발생했을 때 기회를 먼저 보고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서 해결하는 것이 혁신의 한 유형이다. 대를 이어 가는 연쇄 창업가가 만든 타니엄은 이렇게 IoT 환경에 즉시성 있는 보안 솔루션 업체로 주목받는 스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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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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