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까지 나선 병원 자회사 설립, 석 달째 규제혁신 공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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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 혁신파크 전경

문재인 대통령이 의료 개혁 차원에서 직접 강조한 병원 자회사 설립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내 법 개정을 완료해 산병협력단 설치를 허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관련 부처 움직임은 미적지근하다. 이해 당사자 간 복잡한 셈법과 의료 영리화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연내 적용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지난 7월 정부가 부처 합동으로 연내 산병협력단과 첨단기술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 달라진 점은 없다. 제·개정이 필요한 법령을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한다. 규제 혁신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7월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의료기기와 병원 규제 혁신 방안을 직접 발표했다. 의료계 숙원이던 병원 내 산병협력단과 첨단기술지주회사 설립 허용을 밝혔다.

산병협력단은 대학 내 산학협력단과 같은 역할이다. 병원이 낸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법인이다. 산병협력단 산하에 첨단기술지주회사가 있다. 이 회사가 기술 이전, 자회사 설립, 창업 보육, 투자 등을 맡아 사실상 병원 자회사를 설립·운영한다. 병원이 직접 투자해서 자회사를 설립한다.

보건복지부는 산업통상자원부 기술이전 촉진법 시행령을 개정, 연내 연구중심 병원이 첨단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검토 수준이다. 산업부와 협의가 필요하지만 두 부처 간 논의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연내 개정은커녕 개정안 도출도 불확실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초기에 복지부와 몇 차례 논의하기는 했지만 현재는 답보 상태”라면서 “첨단기술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기 위해 개정 사항이 무엇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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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의료원과 KT 합작해 설립한 파이디지털헬스케어 관계자가 U-세브란스3.0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자료: 연세의료원)

병원 숙원이던 산병협력단도 마찬가지다. 복지부는 산병협력단 설립 허용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한다. 연구용역 결과는 11월 말쯤 나온다. 현재는 별도 법을 제정할지 기존 법령을 개정할지 기본 방향조차 정하지 못했다. 연내에 시행하려면 한 달 안에 개정안을 도출하고 국회 발의 후 통과돼야 하는데 불가능하다. 대통령 발표 내용에 일정을 맞췄기 때문이다.

산병협력단 설립은 복잡하다. 병원별 의료법인, 사회복지법인, 학교법인 등 설립 형태가 제각각이다. 적용 받는 법이 다르다 보니 개정 사항도 복잡하다. 이 밖에도 보건의료기술진흥법, 관세법, 법인세법, 부가세법, 소득세법 등 개정이 필요하다. 애초부터 연내 적용은 불가능했다는 지적이다.

근본 규제 개선 의지 부족이 원인이다. 병원 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수익을 의료 서비스나 연구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 요구는 꾸준히 제기됐다. 문 대통령이 규제 개선을 약속했지만 관련 부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않는다. 특히 최근 시민단체 중심으로 산병협력단 조성이 의료 영리화를 의미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부 부담이 커졌다.

병원 관계자는 “산병협력단 설립 허용은 복지부가 수년 전부터 검토한 사안으로, 법 개정 필요 사항은 다 준비됐다”면서 “진척이 더딘 것은 국정감사가 다가오면서 시민단체 의료 영리화 반대 목소리에 부담을 느낀 데다 병원과 부처별 이해관계가 얽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교육부 등 부처별 협의가 필요하지만 제정이나 개정안이 나오면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연내에 산병협력단, 첨단기술지주회사 설립이 허용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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