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결정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교육 공론화'가 수술대에 오른다.
지난 1년 간 공론화를 통한 대입개편안이 여론 뭇매를 맞았다. 최근에는 숙려제 2호 과제였던 유치원 영어 방과후 수업 공론화가 유은혜 부총리의 갑작스런 허용 입장 표명으로 백지화됐다. 교육 분야 공론화가 힘을 잃으면서 정책 숙려제 개편이 불가피하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공론화 과정을 도입하는 정책 숙려제 성과와 문제점을 분석해 숙려제를 개선할 방침이다.
교육 분야에서 공론화가 처음으로 도입된 것은 2022학년도 대입개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려다 찬반여론이 부딪히자 올해 다양한 계층을 논의에 참여시켜 대입제도 전체를 개편키로 했다. 이에 따라 국가교육회의 주도로 대입개편안 공론화를 거쳤으나, 여론은 악화됐다. '현행유지'가 가장 낮은 지지를 받았으나 서로 상충되는 안 때문에 사실상 현행유지와 비슷한 결과를 낳았다. 혜택을 보는 학생이 35개 대학 5400여명에 불과해 공론화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이후 교육부는 국민이 정책 입안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 아래 '국민참여 숙려제'를 도입했다. 학교생활기록부 개편 권고안에 숙려제를 처음 적용했다.
당초 9월에 학교폭력과 유치원 방과후 영어 수업 숙려제를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수행 업체 선정이 유찰로 늦어진 상태였다. 유 부총리는 취임 후 지난 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원생 모집 시기를 고려해 공론화를 거치지 않고 '놀이 중심' 조건을 달아 영어 수업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허용을 공표한 상황에서 영어수업 찬반을 묻는 공론화는 의미가 없어졌다.
또 다른 과제인 학교폭력 제도 개선 공론화는 예정대로 추진된다. 다만 방식은 종전과 다른 형태가 예상된다.
교육부는 학교폭력 대책 개선 권고안을 도출하기 위해 이달 내로 위탁기관을 선정하고 늦어도 12월까지는 공론화를 거쳐 권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학교폭력 관련 제도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로 규정돼 법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12월 정기 국회 회기 내에 마무리 돼야 법개정이 힘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학교폭력법에 의해 작은 규모 폭력 사건이 일어나도 학교는 무조건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경미한 사항까지 위원회를 열고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되어 있어 가혹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10월 실시하는 공론화는 학교폭력법 개선 권고안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생부 권고안을 도출했던 숙려제와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위탁기관과 시민참여단에 전적으로 맡기는 형태가 아니라 시도교육청·위탁기관 등이 함께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한다.
내년 '국민참여 숙려제'나 또 다른 형태 공론화가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당초 정부는 장관이 바뀌어도 숙려제는 유지할 방침이었으나,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상당부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정책에 대해 교원단체, 시민단체, 전문가 입장이 각기 다르지만 이를 모두 수렴해야 한다”면서 “어떻게 결정해야 안정적으로 정책을 입안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과정을 복기해서 문제점과 성과를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