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국 드론산업, 날지 못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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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 측정장치를 장착한 드론<전자신문DB>

정부가 올해를 국내 드론산업 육성 원년으로 삼았다. 그러나 드론산업 경쟁력은 크게 높아지고 있지 않다. 정부는 2026년까지 산업 규모 4조4000억원, 사업용 드론 5만3000대 상용화, 기술 경쟁력 세계 5위 등 야심찬 계획 세웠다. 하지만 우수한 성능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드론 공세에 공공기관마저 국산 드론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드론업계에선 이대로 가면 중국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공공수요에 맞춘 특화 드론 개발, 수출과 연계 강화, 드론 원천기술과 서비스의 균형 있는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빈약한 국내 드론 제조업 기반…공공기관 도입도 머뭇

국내 드론업계는 제조업 기반으로 잡지 못한 상황이다.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은 저렴한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을 앞세운 중국 DJI가 전체 70%를 장악했다. 연구 등에 사용되는 고기능 무인기에선 미국·유럽 제품이 시장 선택을 받고 있다. 국내 기업은 부품부터 운용에 필요한 소프트웨어(SW)까지 외산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기능 고도화, 가격 경쟁력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판매가 어려워 기술 투자, 생산비 인하가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된다.

국내 드론업체 관계자는 “국산 드론 가격이 비싸다고 하지만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낮추고 기술·부품 라이센스 비용을 줄일 방도가 막막하다”면서 “연구개발에 자체 투자를 하고 있지만 매출 규모가 크지 않아 해외 기업과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공공수요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외산과 격차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부터 드론을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해 공공입찰 시 국산 드론 구매를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은 드론산업 육성을 내건 정부마저도 국산을 외면한다는 비판에도 기능, 가격, 정보 부족 등을 이유로 국산 드론을 도입하기 쉽지 않다고 항변한다.

한국드론산업진흥회가 정부부처·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등 77곳을 집계해 발표한 '공공용 무인항공기 수요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공공기관이 보유한 드론 기종 78개 가운데 중국산이 44종으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산 드론은 전체 보유 기종 가운데 56.4%를 차지, 19.2%(15종)을 차지한 국산을 압도했다. 공공기관은 국산 드론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 '가격이 비싸서' '판매처·드론 정보 부족' '성능 및 기능 저하' 등을 꼽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도 올해 7월 기준 감시·실종자 수색 등에 쓰이는 드론을 모두 중국 DJI 제품으로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입찰을 위해 기업에 직접생산자증명을 요구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외산 부품과 SW를 탑재한 경우가 많아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공 특화 고기능 드론으로 선순환 생태계 구축해야

드론업계에선 실효성 있는 산업육성을 위해 공공기관 수요에 특화된 드론을 개발, 수출까지 이어지는 통합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이 수요별 특화된 고기능 무인기로 국내 시장을 열고 이에 맞춘 무인기 기술 개발을 지원, 시장이 더욱 커지는 선순환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한정된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정부 납품으로 쌓은 기술과 실적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 연계까지 지원해야 경쟁력 있는 국내 드론기업을 육성할 수 있다.

측량용 드론 시장은 현재 DJI가 제공하지 못하는 고기능 무인기로 지적도 제작부터 땅 밑 정보까지 수집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용 드론 영역에서도 단순 농약 살포가 아니라 작물 생장에 필요한 각종 기능을 지원하는 하드웨어·응용 SW 개발이 필요하다.

장기 관점에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원천기술 고도화 노력도 빠져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드론 배달, 드론 택시 등 미래 드론 활용 청사진이 제시되지만, 안정적으로 이를 운용하기 위해선 현재 기술만으론 어렵다. 정밀하고 안정적인 비행제어컴퓨팅(FCC) 기술, 장시간 비행을 지원하는 배터리 등 혁신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기술 고도화 과정에서 초분광·이미지센서 등 국내에서 우위를 가진 기술과 드론을 융합하는 것도 경쟁력 확보 관건이다. DJI가 세계 상업용 시장을 장악하는 데 안정적인 카메라 촬영을 돕는 '짐벌' 기술력이 핵심이 됐다.

박춘배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 부회장은 “열악한 국내 드론산업을 혁신하기 위해선 시장이 열리고, 그에 맞는 기술과 제품이 개발돼 새로운 수요와 시장을 창출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어떤 기업도 미래 드론 산업을 구현하기 어려운 만큼, 지속적인 기술 개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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