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창업, 울타리 넘어 지역과 파트너십으로 확산

지역과 대학 사이에 창업 파트너십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대학 내에서 교직원·학생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대학과 지자체가 협업하거나 대학이 지역 창업 구심 역할을 하는 사례가 늘었다. 정부 정책 역시 창업 자체보다는 지역 창업 구심점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창업을 지원하는 형태로 전환됐다.

26일 정부와 학계에 따르면 아이디어 위주에 그쳤던 대학 창업이 지역 협업으로 범위가 넓어지면서 한 단계 도약할 전기가 마련됐다.

지방자치단체는 대학과 협업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과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 해부터 캠퍼스타운 조성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학가를 창업과 일자리 중심 지역으로 조성함으로써 청년 창업 110여개팀을 배출했다.

정부 각종 창업 지원 사업도 대학과 지자체 협력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대학이 창업 거점으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향후 5년 계획에 대학을 거점화할 것을 과제로 제시했다. 벤처투자·교육기관 등 창업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서 대학의 창업 구심점으로서 역할이 중요해졌다.

도시재생 사업에서도 지역 내 대학이 지자체와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인근 환경을 개선하는 '대학타운형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된다. 경북대를 중심으로 한 대구 북구, 전남대를 앞세운 광주 북구, 인제대·김해대가 있는 경남 김해, 남해대와 함께 사업을 펼치는 경남 남해가 2018 도시재생 뉴딜 사업 중 대학타운형에 선정됐다. 이들 지자체와 대학은 내년 상반기까지 구체적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다.

전남대는 지역공헌센터를 중심으로 대학-지역 간 경계 허물기를 통해 대학자원을 활용한 창업인프라 기반을 조성한다. 시민이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구상하는 리빙랩도 운영한다. 경북대와 인제대 등도 리빙랩을 통해 지역 사회와 밀접한 '창업 붐'을 조성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대학 내 유휴부지 등을 활용한 산학협력단지를 조성한다. 올해 실험실 창업 지원과 창업 펀드 조성을 통해 지식과 기술 기반 창업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내년에는 '협력'을 중심으로 한 창업 지원사업을 펼친다.

대학도 정부·지자체 지원에 의존하는 형태에서 나아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파트너십'을 보여주고 있다. 광운대는 최근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 일환으로 지역 창업거점센터를 건립한다. 대학은 소유한 토지를 제공하고 서울시가 건축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센터는 지역주민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과 실습실, 창업기업 보육실 공간 등으로 조성된다. 창업을 준비 중인 지역 청년과 지역주민은 이곳에서 창업 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 교육과 컨설팅을 받을 수 있으며, 시제품 제작도 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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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광운대가 함께 설립하는 창업지원센터 SNK-비타민 센터 착공식이 지난달 열렸다.

기술형 제조창업 밀집도가 높은 부경대 인근 지역은 부경대가 캠퍼스 전체를 산학연 창업 생태계로 개방하면서 기술창업이 뿌리를 내린 사례로 꼽힌다.

해외에서도 창업이 활발한 지역은 대학이 거점이 되는 사례가 많다. 스탠포드·케임브리지·MIT 모두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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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MIT의 스타트업 육성 전략 더 엔진 프로젝트.출처=MIT 자료를 바탕으로 국토연구원이 재구성

국내에서도 혁신역량을 가진 대학 내 유휴지를 캠퍼스 산단으로 지정해 창업기업 집적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기술형 제조 창업 13%가 대학 내 보육기관에 입지해 있으며 이들이 가장 혁신성 높은 집단으로 꼽혔다”면서 “지역에서는 대학·연구소 등 혁신적인 앵커기관과 연계된 창업공간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