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창간 36주년이다. 성년으로 다시 생일을 맞았다. 서른 여섯살. 청년에서 중년으로 넘어가는 중간 지점이다. 질풍노도시기를 지나 차분히 생을 뒤돌아보며 남은 생에 고민이 많은 나이다. 청년 시절을 이끈 힘은 열정과 패기 두 가지였다. 중년은 경험과 노련미일 것이다. 청년의 꼭지이자 중년 시작점인 서른 중반은 인생에서 큰 전환기다. 그만큼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고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줄어든다. 새것뿐만 아니라 옛것의 소중함을 알고 주변을 둘러보며 더 큰 청사진을 그리는 시기다.
1982년 9월22일 전자신문 1호 1면 기사는 '화려한 개막, 전자혁명 시대'였다. 부제는 '전자를 아는 자만이 새 시대에 살아남는다'였다. 예언대로 전자산업 혁명이 시작됐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끌었다. 창간호를 시작으로 전자신문이 걸어 온 35년은 대한민국 전자산업 역사 자체였다. 반도체와 가전으로 불을 지핀 전자산업은 산업화와 정보화로 이어져 정보통신기술(ICT)에서 꽃을 피웠다. 독자 기술로 개발한 전전자교환기, CDMA기술, 초고속통신망은 대한민국을 지식 네트워크 사회로 만드는 이정표였다. 삼성, LG, SK와 같은 세계 기업을 탄생시켰다. 산업화에서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인터넷과 모바일 분야에서 앞서 가며 정보화 선진국, ICT 강국이라는 큰 업적을 이루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정점을 찍었다.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ICT가 기로에 섰다. 다행히 기회는 왔다. 두 가지 중요한 시대 사명 때문이다.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이고 또 하나는 '통일 대한민국'이다. 모든 산업에서 들풀처럼 번지기 시작한 4차 산업혁명 핵심은 ICT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모두 뼈대는 소프트웨어(SW)를 포함한 정보기술(IC)이다. 5세대 통신을 포함한 탄탄한 네트워크가 뒷받침돼야 가능한 청사진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앞선 정보화 경험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화 강국 이후 뒤처진 현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4차 산업혁명은 미지의 길이다. 독일, 미국, 일본 등 수많은 나라가 경쟁하고 있지만 모두 진행형이다. 대부분 훅을 날릴 뿐 강력한 스트레이트 한방이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가 길을 열어야 한다. 창의 아이디어와 남다른 실행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빠르게 뒤쫓는 캐치업 모델이었다. 앞서 나가며 길을 개척하기보다는 이미 성공한 모델, 완성된 로드맵을 따라가며 선두 자리에 올랐다. 4차 산업혁명 성공 방정식은 전혀 다르다. 우리 방식으로 개척하고 만들어 가야 한다. 강력한 ICT 경쟁력으로 4차 산업혁명을 위한 독자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통일 대한민국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정치 목적으로 이벤트처럼 만난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이미 남북한 두 정상이 세 차례에 걸쳐 역사에 길이 남을 만남을 가졌다. 두 정상이 백두산 정상에서 천지를 바라보는 시대가 열렸다. 사상 처음으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방문하는 날도 멀지 않았다. 주변 강대국도 우호적이다. 북한과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가진 미국은 다시 정상회담을 기약하는 분위기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다른 주변 강대국들도 숨죽이며 대한민국을 바라보고 있다. 물론 흥분은 금물이다. 어설픈 감정도 자제해야 한다. 그래도 어떤 시기보다 통일을 위한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은 건 분명하다. 통일 대한민국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는 상황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이 매우 중요하다. 하루가 다르게 정치와 경제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자칫 한 걸음이라도 잘못 내디디면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불행하게도 경제는 엄동설한이다. 정치·외교 분야에서는 햇볕이 들고 있지만 경제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산업 경쟁력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어도 신산업 육성은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다. 규제의 덫은 움츠린 경제를 더욱 옥죄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이른바 소득 주도 성장은 겉돌고 있다. 경쟁국은 4차 산업혁명 주도권을 위해 민·관이 똘똘 뭉쳐서 총력전에 나서지만 우리는 원론 수준에 머물고 있다.
확실한 좌표 설정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통일 대한민국 모두 ICT 없이는 공염불이다. 대한민국이 더 높게, 더 크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소프트파워가 절실하다. ICT 경쟁력 없이는 소프트파워도 불가능하다. 통일 대한민국에 걸맞은 ICT 청사진을 새로 그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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