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적잖은 울림을 줬다. 국민 대부분은 더 좋아질 남북 관계를 기대했다. 추석 연휴 고향 길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관계 개선 발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증진 및 촉진 △남북 간 군사 긴장과 전쟁 위협 종식 등 세 가지 의제에 대해 합의했다.
관심이 집중된 비핵화 부문에서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진전된 결과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동안 김 위원장이 직접 비핵화 언급을 한 적은 없다. 비핵화 조치를 이야기함에 따라 앞으로 있을 북·미 대화 과정에서 진전 가능성을 열어 놨다.
정전 이후 남북 관계는 지금이 가장 가깝다. 한반도 훈풍을 잘 이어 나가야 한다. 기회를 살려 평화를 얻고, 민족이 함께 도약할 기틀을 다져야 한다.
정부는 협의 지속으로 더욱 구체화시킨 남북 교류 확대, 경제협력, 평화 안정을 차분히 조율해야 한다. 외교 라인은 북한과 미국의 대화,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 지원을 얻는 데도 많은 공이 필요하다.
남북 경협으로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 역할도 중요하지만 민간 사업자 간 교류와 협력 확대는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여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평양 정상회담 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동행했다. 당장 뚜렷한 협력 모델을 내놓지는 못하겠지만 국내 대기업 총수들 방문은 추후 사업 전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평양에서 한 이야기는 관심을 끈다.
“평양은 처음 왔고 마음에 벽이 있었는데 이렇게 와서 직접 보고 여러분을 만났다. 평양역 건너편에 새로 지은 건물에 '과학중심 인재중심'이라고 쓰여 있더라. 삼성의 기본경영 철학이 '기술중심 인재중심'이다. 세계 어디를 다녀 봐도 한글로 그렇게 쓰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한글로 된 것은 처음 접했다. '이게 한민족이구나'라고 느꼈다. 이번 기회에 더 많이 알고, 신뢰 관계를 쌓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북한에서도 '손전화'로 불리는 휴대폰 보급이 580만대를 넘었다. 북에서 스마트폰은 '지능형 손전화'라 한다. 북한 인구가 2500만여명이므로 약 4명 가운데 1명이 휴대폰을 사용하는 셈이다. 회담 기간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연상시키는 '드론 쇼'도 보여 줬다.
북한은 자체 소프트웨어(SW) 개발 능력이 있고, 한민족 장점을 그대로 이어받아 손재주가 좋다고 한다. 최근 삼성전자가 글로벌 주력 생산기지로 삼는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와 비교해도 인건비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평양공동선언에는 철도·도로 연결 현대화 사업 등이 포함됐다. 경협 초기에는 이와 함께 전력 등 산업 인프라 구축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현지 인프라를 기반으로 남북 정보통신기술(ICT) 협력을 확대한다면 더 큰 시너지가 가능하다. 남측 기술력에 북측의 제조와 노동력을 결합한 모델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과욕을 부려선 안 되고, 초기 감성 투자도 조심해야 한다. 그럼에도 ICT 중심 남북 협력 시도는 매력이 있다. 민간 부문에서 협력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ICT 협력은 논의를 계속 늘려 갈 필요가 있다.
김승규 전자자동차산업부 데스크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