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2021년 1월) 내 비핵화 완성을 목표로 북미 간 근본적 관계 전환을 위한 협상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한 카운터파트 간 비핵화 협상을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될 수 있는 한 빨리 시작하자고 북측에 제안했다. 북측이 이에 응해 '빈 채널'이 가동되면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양대 축으로 한 북미 협상이 본궤도에 올라 한반도 정세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평양에서의 성공적 회담 결과에 대해 축하 뜻을 전한다”며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남북 정상 공동기자회견 및 '9월 평양 공동선언' 발표 한 시간 후 트럼프 대통령의 환영 트윗과 '엄청난 진전이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 오전 발언에 이어 북미협상을 총괄해온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3차 남북정상회담 성과를 인정하며 북미 협상 개시를 공식화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미국과 IAEA 사찰단 참관 아래 영변의 모든 시설을 영구히 해체하는 것을 포함, 한반도 완전 비핵화에 대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재확인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김 위원장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향한 조치 차원에서 이미 발표한 대로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미국과 국제적 사찰단 참관 속에서 영구 폐기하는 작업을 완료하겠다는 결정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FFVD가 김 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한 내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에서 “미국은 북미 관계를 전환하기 위한 협상에 즉각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오늘 아침 카운터파트인 리용호 외무상을 다음주 뉴욕에서 만나자고 초청했다. 나와 리 외무상 모두 이미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하기로 돼 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오스트리아 빈에서 가능한 한 빨리 만날 것을 북한의 대표자들에게 요청했다”며 IAEA 본부가 위치한 상징성 있는 빈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실무협상을 진행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에 가동될 '빈 채널'과 관련 “이는 2021년 1월까지 완성될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 과정을 통해 북미 관계를 변화시키는 한편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협상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1년 1월까지 비핵화를 완성한다는 시간표와 관련, 김 위원장이 약속한 내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달초 방북한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과 면담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내 비핵화' 시간표를 언급했다고 특사단이 전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발언은 단순한 협상 재개 차원을 넘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의 합의사항을 구체화함으로써 70년 북미간 적대관계 청산을 종착지로 비핵화와 평화체제 프로세스에 본격 들어가겠다는 청사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폼페이오 장관 방북 무산 발표 이후 롤러코스터를 겪어온 북미 대화가 문 대통령 대북특사단의 방북과 평양 남북정상회담 등을 거치며 본격화하며 급격한 국면 변화가 이뤄지게 된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협상 개시를 선언하면서 언급한 '비핵화'와 '북미관계 변화', '평화체제 구축'은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합의사항인 '북미간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4·27 판문점 선언 재확인 및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일치되는 것이기도 하다.
나머지 합의사항인 한국전 참전 유해송환은 지난 8월 1일 55구의 하와이 도착을 시작으로 첫발을 뗀 바 있다.
북미 간 대화 국면 급전환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문제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과 곧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백악관은 지난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4차 친서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요청했고, 백악관은 이에 대해 조율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2차 북미정상회담 추진을 기정사실화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북미간 2차 정상회담이 10월 개최 방안을 포함, 조기에 가시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