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미토모화학이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 첫 모델에 들어가는 투명폴리이미드(투명PI) 필름을 단독 공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투명PI는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커버 윈도 소재로, 접고 펴는 동작을 반복해야 하는 폴더블폰에서 강화 유리를 대체하는 부품이다. 국내 기업이 먼저 세계 최초로 투명PI 양산 설비를 갖췄지만 결국 삼성전자 첫 모델 공급에는 실패했다. 도쿠라 마사카즈 스미토모화학 사장이 지난 6월 경영전략설명회에서 언급한 바 있는 삼성전자 채택은 자신감 표현으로 해석된다. 결과부터 말하면 국내 기업은 OLED 시장에서 가장 앞선 삼성디스플레이 패널과 폴더블폰 최초 모델 진입이 좌절되면서 비용 부담과 시장 선점 실패라는 심리 부담을 안게 됐다.
삼성은 스미토모화학과 오랫동안 협력했다. 국내 기업이 양산 설비까지 갖추고 마케팅을 적극 펼쳤지만 역부족이었다. 국내 전자정보통신 산업계에서 일본 소재 부품 영향력은 탄탄함을 보여 주는 대표 사례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주도권은 한국으로 넘어왔지만 장비와 소재 부품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일본이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전자기기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던 2000년대 중반부터 세계를 장악해 온 일본 전자제품이 메이드 인 코리아로 바뀌기 시작했다. 한국산 휴대폰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도 일본을 제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수면 아래에서는 일본이 소재·부품·장비 기술력을 무기로 글로벌 전자 산업 생태계를 좌지우지했다. 이번 사례에서 보듯 기술력만으로도 양산 설비를 갖춘 한국 기업을 누르며 한국 시장에서 저력을 과시했다.
부품 소재 장비로 여전히 산업 강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 사례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에 힌트를 준다. 우리 소재 부품이 신흥 산업국 제조업에 꼭 필요한 상황을 만들어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국내 세트·부품·소재·장비 업계와 정부가 함께 산업 생태계 조성에 힘을 모으고, 필요하다면 일본을 철저히 벤치마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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