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년 창간기획]<르포>오락실 신세계…中광저우 엑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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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가 광저우 엑스포에서 선보인 승마 게임.(사진=전자신문DB)

최근 개막한 중국 최대 아케이드게임 전시회 '광저우 엑스포'가 건강과 놀이를 결합한 새 게임 트랜드를 제시했다. 땀 빼며 즐기다보면 저절로 운동이 되는 게임이 전시회장을 가득 메웠다.

중국 2위 아케이드게임 업체 유니스 부스를 먼저 찾았다. 승마 게임이 전면에 배치됐다. 말을 연상케 하는 크기, 모양의 기기 4대가 사람을 태우고 쉴 틈 없이 움직였다. 정해진 코스를 달리며 옆 사람과 경쟁하는 게임이다. 기기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모습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유니스는 이번 전시회에서 27개 신작을 선보였다.

탁구 게임도 눈길을 끌었다. 관람객이 만든 긴 대기 행렬로 장관을 이뤘다. 30분 넘게 기다려야 게임을 할 수 있다. 탁구공이 1초 2개 속도로 날아들었다. 라켓으로 공을 받아내며 좌우로 이동하는 목표물을 맞히는 방식으로 5분 가량 대결이 펼쳐졌다.

볼링 주제로 한 다양한 게임도 등장했다. 중국 내 볼링 인기를 실감케 했다. 농구, 테니스, 사이클을 포함해 격렬하게 몸을 써야 하는 게임이 모두 성공적 데뷔전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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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보상형 게임.(사진=전자신문DB)

행사장 백미는 보상형 게임이 장식했다. 중국 아케이드게임 시장 터줏대감이다. 올해도 전시장 3분의 1 가까이 장악했다. 쉬워 보이는 게임을 골라 해봤다. 세로 50cm, 가로 30cm 공간에 작은 농구 골대가 설치됐다.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골을 못 넣게 방해했다. 타이밍을 재며 코인 형태 게임머니를 골대에 던져 넣었다. 골이 들어가자 일정 확률로 코인을 돌려줬다. 많게는 수십 개를 거머쥘 수 있다. 코인은 게임장에서 준비한 선물로 교환 가능하다.

비슷한 종류 게임마다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코인 대신 리뎀션 티켓이나 카드를 주는 곳도 있다. 이 같은 게임들은 국내로 들여올 수 없다. 게임 결과를 저장하거나 문구·완구류가 아닌 보상금을 줄 경우 불법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가상현실(VR)과 아케이드 게임 간 융합도 압권이었다. 전체 8관 중 3곳은 아예 융합 게임 중심으로 메워졌다. VR 헤드셋을 쓰고 춤을 추는 게임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실제 댄서로 추측되는 사람이 차례로 게임에 참여, 분위기를 돋웠다. 게임 캐릭터 옷을 입고 행사장을 곳곳을 누비는 사람들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옥에 티도 보였다. 이른바 짝퉁 게임이 대거 확인됐다. 다른 회사 게임을 카피한 콘텐츠들이다. 중국에선 비일비재한 일이다. 인기작이 나타나면 유사 게임이 1년 내 수백여종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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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을 대표하는 망치 게임.(사진=전자신문DB)

한국관도 올해 처음 들어섰다. 행사장 한켠에 개별 부스를 차렸다. 확률 기반으로 한 게임 7개를 공개했다. 절반은 게임물관리위원회 심의도 받지 않은 신작이다. 부스 규모는 초라할 만큼 작았다. 성인 남성 대여섯명이 동시에 들어가면 서 있기도 힘들 정도였다. 부스를 찾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위축된 국내 아케이드게임 산업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광저우 엑스포는 게임 타임 인터네셔널(GTI)이 주최로 매년 가을에 열린다. 기업 간 거래(B2B) 행사다. 전체 2만5000평 공간을 8개 관으로 나눠 개최된다. 올해는 600여 업체, 3만명이 몰렸다. 지난해보다 10% 정도 증가한 수치다.

유호천 GTI 대표는 “해마다 행사 참여 기업이 늘면서 국제 행사로 거듭났다”면서 “정부 규제에 막힌 한국 아케이드게임 기업도 하루 빨리 힘을 내 내년에는 행사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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