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스타링크' 본격 상용화...민원처리 업무서 역할 재정립
은행 창구를 가지 않아도 콘택트센터(일명 콜센터)를 통해 예금, 대출, 자산 관리가 가능해진다. 약 7~8단계에 이르는 자동응답전화(ARS) 기계음을 모두 없애고, 고객이 상담한 음성 내역은 텍스트로 전환돼 빅데이터로 쌓인다. 본부와 은행 창구가 이를 활용, 고객에게 먼저 서비스를 제시하는 '디지털 오퍼' 시대도 열린다. 텔레마케팅 전담 조직도 없어진다.
17일 정보통신(IT)·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가 세계 최초로 이 같은 기능을 담은 디지털 콘택트센터 '스타링크'를 신설, 다음 달 상용화한다.
스타링크는 KB금융 콘택트센터 혁신 프로젝트 브랜드다. 복잡한 ARS 체계와 상담 조직을 혁신, 다음 달 본격 상용화한다. 각종 민원과 사후 업무 처리 위주인 콘택트센터 역할을 재정립하는 사례여서 주목된다.
전자신문이 입수한 스타링크 추진계획안에 따르면 우선 단순 콘택트센터 기능을 모두 없앤다. 상담 조직을 1부서에서 1본부 2부서로 개편, 본사 직원 약 110명을 스타링크 전문 상담팀으로 전환했다. 6개월 동안 자산관리까지 가능한 전문 교육 과정을 거쳤다.
이를 통해 상담원 한 명이 온라인 금융 전반과 예금, 대출, 텔레마케팅까지 모든 서비스를 통합 관리한다. 민원이 많은 텔레마케팅(TM) 조직은 사라진다.
복잡하고 불편한 ARS 체계도 모두 없앤다. 우수 고객은 ARS 버튼 입력 없이 바로 상담원과 연결되고, 일반 고객은 1단계(6초)로 과정을 대폭 간소화했다. 디지털 콘텍트센터 전문 역량 강화 일환이다.
스타링크로 들어오는 모든 고객 상담 내역(음성)은 실시간 음성인식 시스템(STT·TA)을 통해 텍스트로 변환, 빅데이터화한다. 이 시스템은 이미 다른 은행도 도입했지만 KB는 차세대 시스템 '더케이프로젝트'와 연동, 디지털 콘택트센터 빅데이터 기능을 고도화한다. 내년 상반기 가동이 목표다. 예산이 약 3000억원 투입되는 국민은행 차세대 시스템 14개 핵심 프로젝트에 디지털 콘택트센터 고도화 사업을 포함시켰다. 조만간 제안요청서(RFP) 발송에 나설 계획이다.
변기호 국민은행 스마트고객본부장은 “지능형 전화 연결과 콘텐츠 발송, 신 상담관리 시스템 등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했다”면서 “특히 고객 음성 정보를 빅데이터화해 차세대 시스템과 연동하고, 이를 데이터전략본부와 협업해 의미 있는 데이터 마이닝 툴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60대 여성 A씨가 콘택트센터로 전화해 '적금 상담'을 하면서 '우리 딸이 내년에 결혼하는데 적금을 지금 깨는 게 좋나요'라는 질문을 했다. 그럼 스타링크는 모든 상담 내역을 텍스트로 전환하고, A씨 정보를 추출한다. 은행 방문 횟수와 자산 내역, 딸 결혼식에 필요한 주택담보대출과 필요한 금융 서비스 등을 인공지능(AI)으로 추출해서 이 정보를 A씨가 자주 가는 영업점 등과 공유한다. 해당 영업점 등은 A씨가 창구를 찾을 때 미리 이 같은 정보를 통해 금융 서비스를 먼저 제안하거나 적재적소에 필요한 서비스를 긴 상담 없이 처리해 준다. 이와 함께 더 효율 높은 디지털 상담 체계를 위해 챗봇 기능도 도입했다.
앞으로 KB는 디지털 콘택트센터를 비대면 영업 핵심 채널로 고도화하고, 그룹 계열사별 콘택트센터 간 컨트롤타워도 구축할 계획이다.
KB금융 스타링크는 전화 상담을 하는 고객도 은행 창구와 동일한 혜택을 주겠다는 '따뜻한 혁신'을 표방한다.
이 콘택트센터 프로젝트는 단순 비대면 강화가 아닌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새롭게 재정의한 데 의미가 있다. 단순한 IT 채널 강화보다는 고객 편의성에 맞춰 ARS 체계를 혁신했고, 후선 데이터는 IT를 융합해 재가공했다. 윤종규 회장 디지털라이제이션 전략 일환이다.
변기호 본부장은 “스타링크 핵심은 디지털이 보유한 차가움과 불안함은 오히려 아날로그로 풀고, 재래식 콘택트센터가 취한 과거 업무 방식은 디지털로 선진화해 이 두 가지를 융합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표]KB 스타링크 추진 현황·계획(자료-본지 취합)
[표]디지털 콜센터 ARS 체계 개선(자료-KB국민은행)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