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0년 주류 종량세 전환 재추진, 업계 '신중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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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전자신문 DB.

맥주 종량세 전환이 보류된 가운데 정부는 2020년 소주·맥주·막걸리 등 전체 주류에 대한 세제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을 다시 추진한다. 주류업계는 '개편안'이 마련된 이후 대응책을 논의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고민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2020년부터 소주·맥주 등 주류 전체에 대한 세제가 종량세로 개편할 계획이다. 연내 주세 개편과 관련된 연구 용역을 의뢰하고, 각 주류협회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지난 7월 기재부는 올해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맥주에 대해 종량세 개편을 논의했지만 보류한 바 있다. 수입맥주 행사(4캔에 1만원)가 사라질 것을 우려한 소비자 반발과 타 주종에 대한 형평성을 고려한 결정이다. 이후 수제맥주업계와 국내 주류업체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정부가 종량세 개편에 대한 계획을 밝힌 것이다.

맥주 업계는 연내 도입이 아닌 2020년 전환을 목표로 추진되는 것으로 시기상 아쉬움이 있지만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용량을 과세표준으로 한 맥주의 종량세 전환은 일부 수입 맥주 업체에 유리하고 국산 맥주에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공정경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소주업계는 입장이 엇갈린다. 세제를 변경하면 그에 따른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사안은 소주 가격 인상이다. 정부는 소주 가격이 오르지 않도록 개편안을 설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소주업체는 인건비, 물류비, 원재료값 상승 등 요인으로 통상적으로 3~4년마다 가격인상을 단행해 왔다. 이전 관례를 비춰볼 때 소주 가격 인상은 올해 연말 혹은 내년이 유력한 상황이다.

때문에 소주업체는 현재 시장 상황에 맞춰 2020년 시행할 정책을 마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부 종량세 도입을 위해 자연 발생한 가격인상 요인을 억제하면 영업이익 하락 등 영업활동에 지장이 발생할 수 있다. 정책에 맞춰 가격을 동결해도 '세금이 줄었는데 왜 가격을 내리지 않느냐'는 프레임에 소비자 역풍이 생길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저도주 열풍에 따라 소주 전체 도수가 하향 평준화된 가운데 과세 표준이 알코올 도수 몇도로 정해질지 유무도 관심이다. 도수를 기준으로 하면 소주업체는 앞다퉈 알코올 도수 낮추기 경쟁에 돌입해 소주 본연의 맛과 향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주류에 대한 세제는 종가세보다 종량세가 힘을 싣고 있다”면서도 “가격 인상 등 소비자 피해와 반발을 최소화하고 업체도 윈윈할 수 있을 합리적인 개편안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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