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 굴지의 홈쇼핑기업 후이마이(Huimai)의 온라인 쇼핑몰 유고숍(UGO SHOP) 관계자와 현지미팅을 가졌는데요. 이번 미팅은 업무 자체만큼이나 홈쇼핑을 비롯한 현지 유통시장의 변화를 경험할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큰 수확이 있었습니다.
후이마이의 유고숍은 사실 일선 홈쇼핑 업체의 온라인 쇼핑몰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전자상거래 서비스로 운영됩니다. 다만 물품 판매 방식에 있어서 '어디서'가 아닌 '어떻게' 판매할 지에 집중, 라이브 쇼핑이라는 트렌드를 이끌어냈습니다.
'라이브 쇼핑'이라는 용어 자체가 상당히 생소하지만, 간단히 케이블 채널의 홈쇼핑 방송을 모바일화 시켰다고 생각하시면 정답입니다. 이를테면 개인 판매자 또는 구매대행업자가 직접 매장을 찾아 제품을 소개하고 쇼핑하는 모습이 모바일방송으로 펼쳐지고, 이와 동시에 판매까지 진행하는 방식이라는 거죠.
중국내 라이브 쇼핑은 2016년 알리바바(Alibaba)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taobao)가 론칭한 '타오바오 쯔보(이하 쯔보)'를 시작으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MCN스타를 지칭하는 '왕훙(網紅, 온라인 유명인사)'의 영향력에 힘입어 중국 유통시장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죠.
일례로 쯔보는 현재 등록상점 100만 개, 방송 4시간 동안 접속자수 최대 1000만 명 등을 나타낼만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고요. 지난해 500억원의 수익을 기록하며 '대륙 완판녀'로 알려진 장다이를 비롯한 왕훙들의 매출수입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죠.
이런 라이브쇼핑의 영향력은 비단 중국에 그치지 않습니다. 요즘 한류 대표 아이템인 패션·뷰티시장에서는 쯔보를 통한 역직구 판매자들이 늘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이는 곧 중국 내 라이브쇼핑의 영향력이 국내 유통시장에도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반증이죠.
제가 만난 유고숍도 라이브 쇼핑을 통한 한류상품 역직구 판매를 고려하면서, 저희 케이그룹과의 파트너십을 갖기로 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라이브 쇼핑을 무기로 한 중국 온라인 시장은 지난해 약 930조 원에 이어, 올해는 1000조 원 이상으로 급성장하는 모습인데요. 이때문에 쯔보를 통한 중국시장 진출을 계획하는 국내 유통관계자 분들도 많으시더군요.
하지만 판매자격이 주어지는 상점등록까지는 상당히 길이 험난합니다. 우선 방송채널의 다이아몬드 등급 달성부터 시작해서 6개월 이상의 꾸준한 활동과 수준 있는 영상콘텐츠 게재(최소 주 1회)로 기본 구독자 2만명 이상을 확보해야 생방송을 할 수 있는 '타오바오 달인' 신청자격이 주어집니다.
여기에 라이브 쇼핑 가능여부를 심사받아야함은 물론, 모든 과정을 통과하더라도 라이브 쇼핑을 통한 상품판매를 위해 반드시 중국인이 방송을 진행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습니다. 때문에 합작회사가 없으면 현지 방송 대행사와 따로 계약을 맺어야 하는 부담도 생깁니다.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비해 국내 유통업계는 비교적 최근에서야 라이브 쇼핑에 관심을 갖는 모습입니다. 국내에서는 라이브 쇼핑 대신 비디오 커머스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지난해 LF패션이 자사 온라인 쇼핑몰 LF몰에서 라이브 쇼핑이 가능한 동영상 쇼핑 채널 '냐온(LFON)'을 론칭해 화제가 된 것과 함께, 최근에는 소셜 커머스 업체인 티몬(TMON)이 공식 페이스북 기반의 '티몬 라이브 TV' 서비스로 누적조회수 5만회, 동시접속자 수 2000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 피그라이브라는 업체는 중소기업 제품을 중심으로 2015년부터 라이브 쇼핑을 진행해오고 있죠.
이렇듯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컴퓨터에서 모바일로 과거 쇼핑의 판도가 바뀌었듯, 유통업계가 또 한 번의 변화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라이브 쇼핑이 전 세계적인 대세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뛰어난 보안성의 블록체인과 개인 맞춤형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가능케 할 인공지능(AI) 기술의 결합은 또 다른 글로벌 유통시장의 방식을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필자소개/고현규
현재 트랜드코리아(TREND KOREA)사이트를 운영하는 이베이 소싱 에이전시 케이그룹 대표이사다. 이마트 상품 소싱바이어, LG패션 신규사업팀, 이베이 코리아 전략사업팀 등에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