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원천 소재 개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 연구자 주도로 세계적 학자와 기업이 참가하는 양극재 전문 학회가 첫 발을 내딛었다.
이차전지 소재 분야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가 13일까지 사흘간 개최한 차세대 양극재 콘퍼런스 'ICAC 2018'는 250여명의 학계와 기업 관계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번 학회는 리튬이온 배터리 4대 소재 중 양극재, 그 중에서도 NCM(니켈·코발트·망간)과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에만 초점을 맞춰 진행한 것이 이례적이다. 양극재는 전기차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내에서도 40%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다. 양극재 성능 향상과 생산비용 절감은 전기차 주행거리 향상과 가격 인하와 직결된다. 업계 화두는 코발트 가격 급등에 대응해 니켈 함량을 80% 이상으로 높여 배터리 가격을 낮추면서도 에너지밀도를 높여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는 것이다. 니켈 함량을 높이면 반대급부로 수명과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두 가지 상반된 요구를 모두 만족시키는 양극재 개발이 학회의 핵심 주제다.
행사에는 클로드 델마스 보르도대학 교수, 기요시 가나무라 도쿄수도대학 교수를 비롯해 플렉시블 배터리 대가인 이상영 UNIST 교수, 전고체 배터리 연구자인 정윤석 한양대 교수 등 국내외 배터리 연구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LG화학, 유미코아, 에코프로비엠, BMW 등 업계에서도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미국 내 거대 산·학·연 컨소시엄인 '배터리500' 프로젝트를 이끄는 북태평양국가연구소(PNNL)와 에너지부(DOE) 관계자가 참석한 것도 눈에 띈다. 미국은 5000만달러를 투입하는 배터리500을 통해 에너지밀도를 500Wh/㎏까지 끌어올려 내연기관과 경쟁할 수 있는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정식 학회도 발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첫 회 행사에 국내외 손꼽히는 연구자들이 참석한 것은 선 교수의 '맨파워' 덕분이다. 선 교수는 코어쉘(CS) 구조 배터리 양극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중심부(코어) 니켈 함량을 높이고 표면(쉘)은 안정성이 높은 망간으로 감싸 니켈과 전해액 간 반응을 억제해 용량과 안정성, 수명을 동시에 잡은 양극재다. 기존 전이금속을 표면에 코팅하는 방식보다 양산성이 월등히 높다. 이를 진화시킨 2세대 CSG(Core-Shell Concentration Gradient)는 국내 양극재 업체 에코프로비엠에 기술이전했고, 이를 활용해 SK이노베이션이 세계 최초 NCM811 배터리를 상용화해 '니로EV'에 공급했다. 3세대 FCG(Full Concentration Gradient) 관련 특허권도 국내 배터리 제조사에 이전됐다. 현재 4세대 TSFCG(Two-Sloped Full Concentration Gradient)까지 진화했다.
선양국 교수는 “양극재는 전기차 주행거리와 가격과 직결되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서 “배터리 부문에서 중국이 빠르게 기술 추격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학회가 국내 기업과 산업 경쟁력을 지키는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