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제품은 다양한 부품 조합으로 이뤄진다. 완제품은 하나지만 온전한 하나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부품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 질 좋은 부품 없이 우수한 완제품이 나올 수 없는 이유다.
사용자에 편리함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완제품 혁신도 부품에서 출발한다. 소형 카메라 모듈이 없었다면 스마트폰에서 사진을 찍는 건 불가능했다. 디지털 카메라를 따로 휴대하고 다니는 불편함을 가져야 했다. 터치스크린패널(TSP)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문자·숫자를 입력해야 할 때 노트북과 같이 키보드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은 지금과 같이 들고 다니기 편한 휴대성과 손가락으로 입력하는 편리함은 없었을 것이다.
◇'실제 사물을 만지는 것처럼...' 스마트폰 인터페이스 진화
기술 발전은 쉼이 없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됐다고 하지만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 수요 창출을 위한 산업계 노력은 진행형이다. 그렇다면 소비자에게 전에 없던 경험을 제공할 차세대 부품 기술은 무엇일까. 머지않아 허공에서 손짓으로 조작하는 스마트폰이 등장할 전망이다. 실제 사물을 만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애플이 화면으로부터 떨어진 비접촉 상태에서 손가락 입력이 가능한 '멀티 호버링' 기술을 준비한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2019년 아이폰 적용을 목표로 부품업계와 멀티 호버링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50㎜ 떨어진 비접촉 상태에서 3개 이상 손가락 움직임을 인식하는 것이 목표다. 스마트폰 화면과 손가락이 떨어진 상태에서도 실제 터치하듯 손으로 입력이 가능하고, 멀티터치 확대·축소와 같은 손동작으로 특정한 명령이 실행되는 것이다.
애플이 준비 중인 멀티 호버링은 정전용량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전용량은 손가락이 닿을 때 발생하는 전류 변화를 인식해서 작동하는 원리다. 현재 스마트폰 터치에 대부분 쓰이는 기술이다. 그런데 멀티 호버링은 정전용량 기술을 대폭 향상시켜야 가능하다. 지금보다 감도를 훨씬 증폭해야 한다. 비접촉 상태에서도 전류 변화를 인식하기 위해서다. 정전용량은 인식 가능한 높이에 한계가 있었다. 감도를 증폭하면 오작동이 발생하기 쉽다. 애플이 이런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지 관심이 쏠린다.
애플이 멀티 호버링 기술을 도입하려는 건 새로운 사용자경험(UX)을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이 허공에서 손짓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화면을 이리저리 옮기는 장면을 아이폰 위에서 구현할 수 있다. 화면 속 가상 물체를 만지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멀티 호버링은 또 화면에 직접 손을 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좀 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입력이 가능하다.
부품 업체 관계자는 “애플이 멀티 호버링 기술을 준비한다고 알려지면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A사는 대응 기술 찾기에 나섰고, 부품 업체인 대만 B사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를 상대로 멀티 호버링 부품을 공급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애플 행보에 업계가 바빠졌다”고 말했다.
◇'보다 리얼하게' 사람과 사물의 입체감을 찍는다
사진은 스마트폰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기능이다. 보다 좋은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카메라는 싱글에서 듀얼로 발전했고, 자동초점·손떨림방지(OIS)·조리개조절 같은 신기능들이 추가돼왔다. 그렇다면 차기 카메라 기술은 무엇이 될까. 2차원 평면이 아닌 사람의 눈처럼 3차원 입체감을 담아내는 기술이 선보일 전망이다.
애플은 2019년형 아이폰 후면에 타임오브플라이트(TOF) 센서를 탑재할 계획이다. TOF는 거리 측정, 사물의 3차원 형상을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다. 레이저를 전면에 발사한 뒤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시간을 레이저마다 일일이 계산한다. 시간이 짧은 물체는 튀어나온 것으로, 시간이 긴 물체는 더 안쪽에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빛으로 공간을 본뜨는 것이다. TOF는 아이폰X 얼굴 인식에 적용된 SL(structured light) 방식보다 우수하다. SL 방식은 격자무늬 형태 레이저를 얼굴에 비춘 뒤 레이저가 휘어진 모양을 찍어 입체를 인식한다. 상대적으로 작은 물체를 촘촘히 인식하는 데 유리하지만 넓고 먼 공간은 인식할 수 없다. TOF와 멀티 호버링이 조합을 이룰 경우 TOF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을 찍고 멀티 호버링으로 가상의 물체를 터치하는 느낌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런 센서를 활용하는 것 외에 스마트폰 카메라 자체도 2차원 이미지 촬영을 넘어 입체감을 담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트리플, 쿼드와 같은 멀티 카메라의 등장이다. 트리플 카메라는 세 개 렌즈로 다양한 사진과 함께 품질을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제조사마다 활용 방식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이 예상된다. 3개의 카메라가 찍은 사진을 긴밀하게 합성해서 심도를 더하거나 광각과 망원 카메라 등으로 사용자 선택지를 확대할 수 있다. 적외선(IR) 카메라를 탑재해서 저조도 성능을 끌어올리는 형태가 될 수도 있는 등 다양한 조합으로 차별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카메라 부품 업계 관계자는 “카메라 모듈 수가 많아지면 더욱 정확한 심도 파악이 가능하다”면서 “AR와 VR 구현을 위한 3D 센싱 카메라가 탑재되면 카메라도 이를 지원하기 위해 트리플 카메라 형태로 진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나 사물을 3D로 담을 수 있다면 보다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디지털 이미지지만 실제 현장에서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주고받는 일이 가능해진다. 보다 리얼한 VR과 AR로 구현되는 것이다.
입체감을 담으려는 시도 외에도 광학 줌 기능도 스마트폰 카메라에 접목이 시도되고 있다. 스마트폰은 얇고 가벼워야 한다. 그러다보니 공간이 좁다. 디지털 카메라와 같이 긴 광학 줌을 넣기 힘든 구조다. 그래서 디지털 줌 방식이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이유다. 디지털 줌은 화질 저하를 피할 수 없다. 때문에 기구 방식으로 광학 줌을 구현해 멀리 있는 피사체를 선명하게 찍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부품 업계는 3~5배 광학 줌을 구현하는 액추에이터와 검사 장비 등을 차세대 과제로 개발 중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한 번에 '폴더블폰' 등장 초읽기
스마트폰은 2007년 아이폰 출시로 대중화됐다. 만 10년이 지난 이제 스마트폰은 새로운 폼팩터로 진화를 앞두고 있다. 바로 폴더블 스마트폰이다. 화면을 접고 펼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은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새로운 형태의 모바일 디바이스다. 폴더블이 가능해지면 휴대폰과 태블릿을 동시에 사용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평소에는 접어서 휴대폰처럼 쓰다가 펼치면 화면이 큰 태블릿이 된다. 하나의 기기로 다양한 컴퓨팅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폴더블은 산업도 변화시킨다. 패블릿폰이 태블릿 수요 일부를 잠식한 것에서 더 나아가 폴더블폰은 그야말로 태블릿 시장까지 흡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전자책, 광고판 등 지금까지 익숙한 디바이스 형태를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 놓거나 기존에 보지 못한 디바이스 출현과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을 최초 출시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연내 공개를 서두르고 있고, 오포와 샤오미도 폴더블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 2018'에서 미국 경제매체 CNBC와 4일 가진 인터뷰에서 “폴더블폰 개발 과정이 복잡하지만 개발을 거의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은 7.3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세로(Y)축을 기준으로 화면이 안쪽으로 접히는 디자인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어리를 접고 펼치는 것과 흡사한 방식이다. 단, 디스플레이를 안으로 접으면 화면을 볼 수 없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인폴딩 방식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단말기 바깥쪽에 별도의 4.6인치 플렉시블 OLED를 추가할 것으로 전해졌다. 접은 상태에서도 스마트폰처럼 쓰게 하려는 의도다. 중국 최대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는 BOE와 손잡고 삼성전자처럼 화면이 안쪽으로 접히는 폴더블폰을 개발 중이다.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은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디바이스' 시장 때문으로 해석된다. 성장이 둔화된 스마트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