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년 창간기획Ⅱ]<6>모빌리티 서비스·서비스형 모빌리티(MaaS)로 여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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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한국. 회사원 A씨는 최근 차를 팔았다. 출퇴근은 카풀을 이용하고, 가까운 곳을 이동할 때는 자율주행 택시를 부른다. 미리 예약해둔 시간에 집 앞에서 태워 목적지까지 데려다준다. 탑승 전에 미리 결제하니 요금 시비를 벌일 일도 없다. 주말이나 휴일에 가족을 데리고 놀러갈 때면 차량공유 서비스를 이용한다. 먼 곳이라도 가면 기차를 탄 후 기차역에 주차된 공유차량을 쓰면 된다. 일주일에 A씨가 자가용을 이용하는 시간은 주말 나들이까지 더해야 20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안 쓰고 가만히 둬도 늘어나는 감가상각비, 보험료와 세금까지 계산하면 차를 없앤 게 돈이 덜 든다.

미래까지 갈 일도 없다. 최근 차량이 자산에서 서비스로 개념이 바뀌고 있다. 간단히 말해 소유에서 공유로 전환되는 것이다. 소유하면 자가용 한 대가 전부지만 공유하면 모든 이동수단을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차를 이용하지 않을 때도 차량 소유에 따른 세금과 보험료를 내야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미래는 이동수단이 다양해지면서 굳이 자가용 하나로 이동수단을 제한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마치 자가용처럼 집 앞에서 바로 이용할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 대중교통과 섞어 쓸 수도 있다. 바로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다.

◇미래는 MaaS

MaaS는 2016년 핀란드 벤처기업인 '마스(MaaS) 글로벌'이 도입한 개념이다. 다양한 운송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했다. 이동 과정을 단순화하고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는 게 목적이다. 대중교통이나 차량, 자전거, 택시 등을 이용해 고객 선택권을 높여준다. 앱 하나로 여러 운송수단을 이용하면서 결제는 한 번에 해결한다. 차량을 공유하는 새로운 방법이다. 대중교통과 자가용 운전자, 통신, 핀테크 등을 총망라했다.

국내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대표주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라는 브랜드로 택시 호출부터 대리운전, 주차서비스까지 하나로 모았다. 올 초에는 카풀 스타트업인 '럭시'를 인수, 카풀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일본 최대 모바일 택시 호출 서비스를 운영하는 재팬택시에 투자, 일본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일본은 택시 호출 앱 서비스가 초기 단계라 재팬택시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재팬택시는 4분기 내 카카오T와 재팬택시 앱을 연동한 택시 로밍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택시 로밍은 양국 방문객이 기존 앱으로 현지 택시를 호출하는 서비스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일본 택시 시장은 연간 16조원대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면서 “카카오모빌리티 기술력과 노하우를 최대한 접목해 일본에서도 택시 호출 문화를 바꾸도록 재팬택시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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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aS 완성은 자율주행

지금 MaaS는 완성형이 아니다. 서비스 선택과 이용, 결제까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MaaS에 있어 자율주행은 날개나 다름없다. 우버나 리프트 등 차량호출 서비스 비용 상당부분을 절감할 수 있다. 바로 운전사 몫이다. 서비스 비용 약 70%가 운전자에게 주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최고경영자(CEO)가 “자율주행차량 서비스가 우버의 미래”라고 한 이유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면 장거리 운행에도 차량호출 서비스 비용이 적게 든다”면서 “운전사 비용이 줄어들 경우 저렴해진 가격 덕에 차량공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자율주행 차량은 예전처럼 자동차 제조업체 전유물이 아니다. 자동차 성능은 기본이고 통신과 센서, 인공지능이 바탕이 돼야 가능하다. 구글과 같은 IT기업이 뛰어드는 이유다.

당연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차량이 자가용보다는 MaaS 시장에 먼저 도입될 전망이다.

미국 GM이나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도 관련 서비스 업체를 겨냥해 기술을 개발 중이다.

◇규제 완화가 관건

새 서비스 관건은 결국 규제 완화다. 사실상 규제로 인해 시장 자체가 성숙하기도 전에 정체됐다. 출퇴근, 심야 시간대는 택시공급량 부족으로 여전히 허덕이고 있지만 기존 업계 반발로 사업 전개가 어렵다.

최근 우버가 날아다니는 택시인 '우버에어' 서비스 1차 출시 국가를 발표한 가운데 한국은 우선 지역에서 제외됐다. 우버에어는 도심에서 활주로 없이도 헬리콥터처럼 수직으로 이착륙하고, 조종사 없이 자율비행이 가능하다. 최대 4명이 탑승해 최고 시속 320km에 달한다.

우버가 꼽은 출시 기준 중 '지역사회 협력'에서 한국은 낙제점이나 다름없다. 우버의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도 한국에서는 불법이기 때문이다.

풀러스는 카풀 1위 업체지만 김태호 대표가 사임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우버는 2013년 한국에 진출했다가 2년 만에 일반 차량호출 서비스 우버엑스를 접었다. 카풀 서비스인 '우버쉐어'와 '우버블랙' '우버이츠' 등 일부 서비스만 제한적으로 제공 중이다. 2위 업체인 럭시는 독자 생존 대신 지난해 11월 카카오모빌리티에 인수됐다.

국내 전동 킥보드 시장이 크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전동 킥보드는 차도로만 다닐 수 있지만 제한 속도 때문에 인도나 자전거 도로에도 다닐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 강력한 규제로 국내 시장에서는 신기술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 자체를 내놓기 어렵다”면서 “규제가 신기술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MaaS 도입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스마트폰으로 교통요금을 한 번만 결제하면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형 교통수단 통합결제' 기술이다.

국토교통부는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 지원을 위한 통합결제 기술개발·시범운영' 연구개발(R&D) 과제에 착수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을 비롯해 KT, 서울대, 홍익대 등이 참여한다.

국토부 측은 “교통수단별 운영사 간 상호 정산이 어려운 기술적 한계로 인해 수단별로 예약과 결제를 별도로 진행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MaaS 서비스 도입이 쉽지 않다”면서 “여러 종류의 교통수단을 원활히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R&D 과제를 추진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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